[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월성 원전 1호기의 '중수'를 중국에 헐값으로 팔았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수력원자력 전·현직 경영진이 11일 고발됐습니다. 시세 2400만달러(한화 330억원)에 달하는 중수 80톤을 약 320만달러(43억원)에 중국에 판매, 한수원에 경제적 손실을 입혔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겁니다. 고발인들은 중수가 군수 물자임을 감안할 때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한수원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과 자유대한호국단, 행·의정감시네트워크 중앙회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검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장을 접수했다.(사진=뉴스토마토)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과 자유대한호국단,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등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검에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수원이 중수 80톤을 고작 40억원에 중국에 팔았다"고 주장하면서 전·현직 한수원 경영진(황주호 한수원 사장, 정재훈 전 사장) 5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의 업무상 배임의 죄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고발인들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021년 10월25일 중국 CNEIC(China Nuclear Energy Industry Corporation), 친산 원전과 중수 판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강창호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장은 "중수는 원전에서 필수 자재로 사용되는 군수 물자"라며 "원전에서 사용되는 기본적 자재가 어떻게 수출이란 이름으로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습니다. 강 단장에 따르면 중수는 수소 폭탄을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황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중수는 전략 물자이고 월성 1호기 운영에 필수 자재이다. 전략물자를 판매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 행위"라며 "월성 원전에는 삼중수소를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한수원이 삼중수소를 판매, 대량 해외 수출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발인들에 따르면 해외논문 등에 비춰봤을 때 캐나다형 중수로에 사용되는 중수는 1㎏당 300달러에 달합니다. 중수 80톤의 시세는 약 2400만달러에 달한다는 겁니다. 반면 한수원이 중수 80톤을 40억원에 팔았다는 건 1㎏당 5만원 꼴로 가격을 책정했다는 겁니다. 시세의 8분의1 가격인 헐값에 중수를 팔았다는 게 고발인들 주장입니다.
김선홍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장은 "<뉴스토마토> 단독 보도에 따른 한수원의 반론에 의하면 '한수원이 중국에 판 중수는 사용 중수로 시장가 가격이 없다'라고 했다"면서 "만약 우리가 중수가 필요해 다시 구매할 경우 미중수의 가격은 엄청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한수원은 중국에 중수를 헐값으로 넘겼다는 주장에 대해 "중국에 판매한 중수는 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난 뒤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사용 중수"라며 "사용 중수는 시장가격이 없고, 중국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황 변호사는 "월성 1호기는 계속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이다. 한수원이 판 80톤의 중수는 결국 국제 시세에 맞춰서 다시 사 와야 하고, 중국의 친산 원전은 국제 시세로 사 와야 하는 것을 고작 ㎏당 5만원에 사는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