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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경영 효율화' 사활…매각 향방 '안갯속'
FI 주도 매각 타진 상황 놓인 11번가
입력 : 2024-06-12 오후 3:57:49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하나인 11번가가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경영 효율화 작업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입니다. 본사를 이전해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가 하면, 희망퇴직을 실시해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인데요. 이는 11번가가 재무적 투자자(FI) 주도로 매각이 타진되는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원활한 매각을 위한 조직 슬림화 차원의 사전 작업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공습 가속화로 국내 온라인 유통 업황 흐름이 악화하고 있어 순조로운 매각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강제 매각 수순 들어갔지만…"녹록지 않을 것"
 
12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현재 강제 매각 수순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11번가의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연초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당초 지난 2018년 11번가는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약 5000억원을 투자 받았는데요. 2020년 이후 4년째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이커머스 시장 각축전이 심화하면서 투자금 회수 기일 내 IPO가 무산됐습니다.
 
특히 11번가의 경우 실적 부진이 지속된 점도 발목을 잡았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부터 영업손실이 매해 98억원, 694억원, 1515억원, 1258억원을 기록하며 4년째 적자 흐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1번가의 매각 희망가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이는 2018년 당시 3조원 수준에 달했던 기업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규모인데요. 그만큼 FI가 투자 원금만 회수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11번가 모델이 슈팅배송 상자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11번가)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본격적인 진출로 이커머스 시장의 출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데다, 11번가의 경우 장기적 측면에서 국면 전환을 노릴 수 있는 신성장 모델을 사실상 마련하고 있지 못한 상태인 까닭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면서 오히려 초경쟁의 시대로 돌입한 상황"이라며 "때문에 11번가도 매물로 나오게 됐는데, 중국 기업이 매수에 나서지 않는 이상 (11번가 매각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서 교수는 "다만 11번가는 SK의 영향권에 있고 나름 충성 고객도 확보한 업체"라며 "매각 과정에서 고객 충성도를 어떻게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이뤄질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옥 이전에 희망퇴직까지…본격 허리띠 조르기 나서
 
이렇듯 11번가는 적자 굴레를 벗어나고 원활한 매각 작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11번가는 서울스퀘어 사옥 시대를 마무리하고 경기 광명시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됐는데요.
 
11번가 서울스퀘어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11번가는 지난 2017년부터 옛 대우그룹 본사였던 서울스케어의 5개 층을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는 9월 광명역 역세권에 위치한 대규모 복합단지 오피스 건물인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본사를 이전할 예정인데요.
 
유플래닛 타워는 같은 면적 기준 월 임대료가 서울스퀘어 대비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11번가는 이번 이전으로 상당한 수준의 고정비를 절감할 것으로 보입니다.
 
11번가 관계자는 "(본사 이전은) 서울스퀘어 임대 계약 종료에 따른 것"이라며 "광명 유플래닛 타워가 이전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11번가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3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내부 인력 전환 배치를 통한 인력 효율화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희망퇴직은 11번가 창립 이래 처음 이뤄진 일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매각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 과정마저 순탄치 않아 보이는 11번가 입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며 "결국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옥 이전, 희망퇴직 단행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식의 외형 축소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11번가 CI. (자료=11번가)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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