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포문이 열렸습니다. 기술금융은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달리 대출에 있어 재무여건 위주의 평가 심사뿐 아니라 기술평가 심사과정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져 왔습니다.
19일 서울 중구 브이스페이스에서 개최된 '기술보증기금 K-TOP 공동 활용 업무협약식'에선 희망의 샘물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보증 공급에 국한돼 활용됐던 기술평가 정보가 민간·공공영역으로 확대된 겁니다.
이 자리에서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국내 최초로 3세대 개방형 기술 플랫폼 'K-TOP'을 이용해 발전된 기술평가 인프라(사회적 생산기반) 등을 대외 공표한다"며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K-TOP은 'Kibo Technology-rating Open Platform' 줄임말입니다. 기술보증기금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기업 기술평가 정보를 개방해 은행과 공공기관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플랫폼이죠.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K-TOP 도입으로 기업의 혁신활동이 촉진되는 것은 물론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 간소화, 은행의 신규 여신(대출) 발굴, 공공기관 정책사업 지원, 민간투자 활성화 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그동안 적시에 자금 조달을 못해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포기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K-TOP을 통해 기술과 같은 무형자산 가치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금융시장에 상상 이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기술금융 활성화 관건은 '은행 참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 발급 뒤 대출심사를 진행해야만 했던 과거 방식을 탈피해 은행이 직접 K-TOP 플랫폼에 탑재된 기업 정보로 사전심사를 할 수 있게 된 데다 기술보증기금-은행 간 평가 정보의 실시간 교환이 가능해진 만큼 은행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기술금융이 날개를 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협약식에선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금융위원회가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가 행사를 주도한 영향일까요. 김성태 중소기업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제외하고 시중은행 수장들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부행장이 대신 참석했습니다.
물론 수장 참여를 놓고 참여도를 말할 수는 없으나, '대기업 참여 행사였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남습니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선 시중은행이 버려야 할 정신이 있습니다. 이윤만 좇지 않는 겁니다. 정부가 독과점적 지위를 부여한 반관반민 사업장인 만큼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는 감수하고 국가 경제 부흥을 위한 중소기업 육성에도 힘써야 합니다.
정부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실적 경쟁에만 매몰될 경우 '빚 폭탄'이 일어날 수 있기에 무작정 실적 평가 순위만 놓고 페널티(벌점)를 부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은행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보상)'제도가 필요합니다.
은행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K-TOP 플랫폼이 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 오픈 플랫폼을 넘어 '한국형 기술평가 오픈 플랫폼(Korea Technology-rating Open Platform)'으로까지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브이스페이스에서 열린 기술평가 오픈 플랫폼 K-TOP 공동 활용 업무협약식에서 협약 체결 후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