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대주주 변경을 추진 중인 웨스트라이즈(전
에프앤리퍼블릭(064090))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불량)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인수합병(M&A) 전후로 웨스트라이즈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재매각된 전환사채(CB) 물량이 당장 시장에 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M&A에 공조한 이들 상당수는 시장에서 투기성 행보를 보여온 세력으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이번 M&A와 CB 재매각이 특정세력의 차익실현을 위한 '짬짜미' 거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투자조합 이익실현에 초점 맞춘 M&A
(그래픽=뉴스토마토)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온시디움 컨소시엄은 62억5000만원 규모의 웨스트라이즈 22회차 CB를 확보했다고 지난 21일 공시했습니다. 온시디움의 매입가는 97억4000만원으로 약 47.84%의 프리미엄이 적용됐습니다. 해당 CB는 현재 주식전환청구가 가능한 시점으로 오는 28일 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웨스트라이즈, 지오릿에너지 ‘먹튀’ 데자뷔…M&A 세력 결집①)
앞서 웨스트라이즈는 지난 17일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130억원 규모의 22회차 자기 CB 재매각을 결정했습니다. 매입자는 각각 온시디움과 제이앤와이디1호조합입니다. 해당 조합들은 당초 CB 매입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두 조합 모두 매출이나 부채 없이 자본금 97억5000만원에 설립됐는데. CB 인수금액을 딱 맞췄습니다.
22회차 CB를 인수한 이들은 단기간에 수백억원의 차익실현이 가능해졌습니다. 웨스트라이즈의 이날 종가는 6480원으로 CB 전환가(1848원)의 3.5배 수준이며, 매각 프리미엄을 적용한 전환가(2880원)보다도 2.25배 높습니다. 두 투자조합은 CB 대금 납입도 전부터 243억원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석연찮은 점은 웨스트라이즈의 M&A와 CB 매각이 변경 예정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의 이익실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입니다. 웨스트라이즈의 CB 재매각은 M&A 결정은 모두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결정됐습니다. 이사회 결의일과 전 거래일 종가는 각각 4160원, 3200원입니다. CB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매각 가격이 저렴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웨스트라이즈 CB 매각 가격은 새로운 최대주주의 매입가에 비해서도 저렴합니다. 웨스트라이즈 M&A는 구주매각 방식이 아닌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이사회 결의일(17일)을 기준으로 한 웨스트라이즈의 유증 기준가격은 3443원입니다. 1년의 보호예수와 함께 10%의 할인율이 제공돼 주당 3100원에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CB 인수자들은 보호예수 없이 즉시 차익실현이 가능합니다.
M&A 후 조합 해산 통한 5%룰 회피
(그래픽=뉴스토마토
웨스트라이즈 CB 손바뀜 배경에는 M&A에 참여한 투자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웨스트라이즈 M&A에는 과거
지오릿에너지(270520)(전 지앤원에너지) M&A에 나섰던
엔투텍(227950) 관련 조합과 인물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CB를 인수한 온시디움 주요 출자자 중 △이노네트 △강영범씨 등은 지오릿에너지 M&A 직후 조합을 해산하며 차익을 실현한 아도니스 투자조합의 주요 출자자들입니다.
베노티앤알(206400) 구주를 인수하는 부발디아 투자조합 △박승준 대표 △정인파트너스 △이노네트 등도 아도니스의 주요 출자자입니다.
특이한 점은 웨스트라이즈 인수 전면에 나선 이들은 알앤제이파트너스와 해당 투자조합들의 관계입니다. 조합은 자본금 200만원에 설립됐으며, 라이언인터내셔널이 지분 75%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라이언인터내셔널은 지오릿에너지 실질적 지배주주인 엠제이홀딩컴퍼니의 특수관계자인데요. 엠제이홀딩스는 이번에 22회차 CB를 받아간 온시디움의 최다출자자이기도 합니다.
지오릿에너지의 실질적 최대주주와 당시 구주인수를 통해 차익을 실현했던 투자조합이 웨스트라이즈에서는 한배를 탄 것입니다. 이번 M&A가 특정세력의 차익실현을 위해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웨스트라이즈는 M&A와 함께 이스트게이트인베스트먼트 산하 투자조합을 통해 400억원 규모의 CB도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스트게이트는 지오릿에너지 M&A 당시 구주를 떠갔던 곳입니다. 당시 이스트게이트 산하 ‘이브르 신기술조합 제212호’은 지분 8.78%를 주당 1216원(200% 무증 고려)에 인수했는데요. 지분인수 한달여 만에 조합을 해산해 대량보유보고의무(5%룰)을 피했습니다. 조합해산 4개월여만에 지오릿에너지 주가는 7153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스트게이트는 지오릿에너지 외에
HLB바이오스텝(278650)(전 노터스)에서도 단기간 차익을 실현한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스트게이트 산하 투자조합들은 지분율을 4.98%로 맞추며 5% 지분 공시 의무를 교묘하게 피해갔습니다.
바닥 없는 지오릿에너지…오버행 후 또 오버행
지오릿에너지는 최대주주 변경 완료 후 차익실현 매물이 연일 쏟아지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 7153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올 1월 1564원까지 빠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리튬 신사업 기대감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작년말까지 리튬 관련 매출은 0원으로 확인됩니다. 신사업이 성과를 나타내기도 전이지만, 주주들은 추가적인 오버행을 우려해야할 판입니다.
M&A 당시 발행했던 250억원 규모의 4~5회차 CB 주식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CB는 2개 투자조합에 발행됐는데요. 발행 직후 조합이 해산되면서 5%룰을 피했습니다. 이날 종가기준 지오릿에너지 주가는 2395원으로 4~5회차 CB 전환가(1429원)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상장사를 인수했던 최대주주와 구주로 차익을 실현한 이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회사의 비전이 아니라 특정세력의 단기 수익에 목적이 있을 수 있다"며 "3자 배정을 통한 M&A와 투자조합의 구주 인수 후 현물분배 등 진행되는 과정도 굉장히 유사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M&A 후 신사업 및 지오릿에너지와의 관계 등을 문의하기 위해 웨스트라이즈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