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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주거안정)①전세 사기 속출에 ‘전세 폐지론’ 급부상
전세 시장 혼란 가중…"부작용 최소화 방안 고민해야"
입력 : 2024-06-25 오후 4:01:52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전세 사기 여파로 임대차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전세 폐지론이 수면 위로 또다시 떠올랐습니다. 임대차2법과 종합부동산세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의 향방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각 사안 모두 첨예한 이견이 맞서며 순탄치 않은 상황입니다. 전세 폐지론의 배경과 대안, 종부세 등 세제 개편의 쟁점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주택 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전세 사기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증가하면서 주거 사다리인 전세 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연이어 전세 폐지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시장 변동 폭이 커져 임대차2법도 폐지해야 한다며 논쟁에 불을 지폈는데요. 전세 폐지론은 과거에도 갭투자, 역전세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세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으로 사라지기 어렵고, 보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대규모 전세 사기 문제가 터진 지 1년이 넘었지만 전세 사기 피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올해 1∼5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32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082억원)보다 64.9% 증가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시행된 2023년 7월 이후 인정된 피해자만 1만80000명을 넘어섰으며, 정부는 특별법이 일몰되는 내년 7월까지 인정 피해자 수가 3만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이후로 월세와 아파트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빌라 전세보증 기준이 강화되면서 비아파트 역전세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바탕으로 2022년 1~5월 전세 거래 4만2546건과 올해 1~5월 동일 주소지에서 전세 거래가 이뤄진 9653건을 분석한 결과 46%에 해당하는 4437건은 기존 전세 보증금 대비 전세 시세가 하락한 역전세 주택이었습니다.
 
전세는 주택을 매개로 한 일종의 개인 간 금융거래입니다. 임차인은 매매가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이용하고, 전세를 발판으로 자가를 매수하기도 했습니다. 임대인은 이자 없는 목돈인 전세 보증금을 받아 금융기관에 넣고 이자를 받거나 자금을 융통해 자산 증식 등의 지렛대로 써왔습니다. 오랜 기간 유지돼 왔던 전세 제도에 대해 폐지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전세 시장 혼란에서 기인하는데요. 일각에서는 그 배경으로 임대차법 시행을 꼽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 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임대료를 4년 동안 통제하면서 집주인이 전세 물량을 거둬들이면서 매물이 급감했고, 신규 계약 때는 전세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전셋값이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서민층이 빌라로 내몰리고, 값싼 신축 빌라가 대거 공급되며 전세 사기 사태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임대차법은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나왔고, 임대차법이 없었다면 전세계약갱신권을 사용해 낮은 가격으로 전세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란 반론도 존재합니다. 
 
지난해 5월부터 전세 사기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전세 보증을 축소한 것도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세 불신이 만연한 상황에서 오히려 전세 불안을 키우는 데다, 임대인은 전세가격이 기준이 되는 보증가입 금액을 낮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주택시장 침체와 맞물려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 전세보증금을 기존보다 낮춰 계약하며 역전세는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세 폐지는 불가능…제도 보완 필요
 
전문가들은 전세는 사인 간의 계약으로 폐지가 사실상 불가하며, 문제가 생기니 없애자는 식의 접근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제도는 아파트보다 빌라나 오피스텔이 문제가 되는 만큼 시세 조회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한 금액인지 확인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전세에서 월세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인 간 임대차 시장은 정부가 모니터링이나 개입을 하기 쉽지 않다"면서 "전세금 회수 이슈 등으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며, 임대차 시장의 전체적인 구조를 기업이 임대주택을 보유하면서 장기적으로 임대해주는 시장으로 바꿔나가면 전세도 축소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고쳐 선순위 권리가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전세 계약을 못 하게 하거나 월세만 가능하게 하고, 전세가율 50% 수준에서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전세가 없어지면 내 집 마련의 기간이 길어지고 무주택 서민들에겐 더 힘들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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