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구촌이 현재 폭염과 가뭄, 폭우, 해수면 상승 등 기후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도 지속됐고, 지구온난화라는 현상을 불렀기 때문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전세계 모든 집단이 힘을 집중해 탈탄소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역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도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연료를 산업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 전념을 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뉴스토마토>는 무탄소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아보고 국내 주요 산업계 별 '넷제로(Net-Zero)' 사업 현황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철강과 조선 등 국내 중공업계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우고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 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빅3(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탈탄소 제철소를 구축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기로 비중을 넓히거나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대응하고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는 2026년 본격 시행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6개 제품군(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을 EU로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일명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는 겁니다. 대상 품목 중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되는 국내 업종은 철강 산업입니다.
따라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출에 타격을 받아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질 않습니다. CBAM에 따라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가 생기면서, 우리 철강사들의 탄소중립 실현이 무역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은 정책 대응 측면도 있지만 수요 시장의 요구에도 있다. 완성차나 조선업계와 같은 수요처는 현재 저탄소 강판, 후판 등을 요구하는 등 수요 압력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철강사들이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고 수소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국내 철강 1위 업체 포스코는 꿈의 기술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신철기 시대'를 앞장 설 계획입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를 쓰지않고 수소를 사용합니다. 이 때 화학작용으로 물이 발생하게 됩니다.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겁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환원로인데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DRI를 생산하는 환원로가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포스코는 수소를 100%까지 사용하는 하이렉스(HyREX)라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공정의 최적 전기용융로(Electric Smelting Furnace·ESF) 개발을 위한 ESF 시험설비를 지난 4월 가동하고 총 15톤(t)의 주철을 처음 뽑아냈습니다. 포스코 ESF 시험설비(Pilot ESF)는 시간당 최대 1톤(t)의 용선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지난해 7월 제작해 올해 1월 완공됐습니다.
포스코는 이같이 기술개발 속도를 내 30만t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입니다.
포스코가 지난 4월 ESF 설비를 통해 처음 출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그룹)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역시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 해양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대응책을 준비 중입니다. 국내 조선 1위 업체 한국조선해양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액화수소운반선과 수소추진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액화수소는 열 증발에 매우 민감하여 운송을 위해서는 화물창 내부 온도를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약 100도씨가 낮은 -253도씨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화물창 내 열 침투를 대비해 보다 강화된 단열 방안이 필요한 겁니다. 이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6월, 미국선급협회(ABS)와 드레스덴 공대 등 유럽 소재 산학연 총 14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오는 6월부터 대형 액화수소 화물창 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추진 연료의 경우 수소혼소엔진과 수소전지 등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9월 밀라노에서 열린 가스텍 전시회에서 힘센엔진을 적용한 수소운반선 시스템에 대한 DNV 선급 인증을 받은 바 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계열사 HD현대중공업과 국내 최초 1.5메가와트(MW)급 LNG·수소 혼소엔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내년까지 완전한 수소엔진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에너지도 탄소중립 에너지 사용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다"며 "국제적인 규제로 인해 선박이 변할 수 밖에 없고 거기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2030년을 목표로 개발에 나선 대형액화수소운반선 조감도. (사진-=HD현대그룹)
두산그룹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영위중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가능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제주에서 풍력을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국책과제에 참여해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지난 1월 경남 창원 본사에 위치한 액화수소플랜트 준공식을 열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2027년까지 수소전소터빈 개발 완료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해당 제주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는 3.3MW급으로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플랜트입니다. 제주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는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의 잉여 전력을 활용해 하루 4시간 운전 기준 240킬로그램(kg), 연간 80t의 그린수소를 생산합니다. 그린수소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든 수소로,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향후 30년간 운영 및 유지보수(O&M)를 맡게 된 액화수소플랜트는 연간 약 1800t의 액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며 "국내 최초로 준공된 액화수소플랜트는 수소의 효과적인 저장 및 운송에 있어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두산그룹 사옥 전경. (사진=두산그룹)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