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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게임이 놓친 게임성, '헬블레이드II'
입력 : 2024-07-04 오후 8:11:22
이 게임의 결말을 보고 나면 평이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앞으로 제가 이 게임을 계속 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MS 엑스박스 산하 스튜디오 닌자 시어리가 5월 출시한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II'는 내러티브 중심 게임으로 유명한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 후속작입니다.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II' 포스터. (이미지=엑스박스)
 
이 게임은 정신병 때문에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는 여주인공 세누아가 내면의 어둠을 극복하고, 폭정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하는 여정을 그립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실사 영화 그래픽에 UI가 전혀 없다는 점인데요. MS 엑스박스에 따르면, 개발진은 '게임을 바꾸는 기술로 인생을 바꾸는 예술을 만든다'는 목표로 이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개발진은 사실감 넘치는 서사 중심 게임을 만들기 위해, 실제 연기자와 소품, 의상을 사용했습니다. 정신병을 앓는 주인공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와 정신병을 경험한 이들과 협업했습니다.
 
게임 배경인 10세기 아이슬란드를 구현하기 위해, 사진 측량 기술로 실제 장소를 재현하기까지 했습니다. 캐릭터와 이야기 몰입을 위해 게임 내 모든 움직임에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넣었습니다. 연기자의 움직임 자체를 캡처해 게임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헬블레이드II를 처름 켜면, 영화 자체를 움직이는 경험에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신선한 충격도 잠시. 개발사가 '실제' 같은 느낌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주인공이 명확히 가야 할 곳과 상호작용 대상에 대한 표기가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아 답답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바위와 자갈이 뒤섞인 공간에서 빠져나가 다음 여정을 이어가야 할 때,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표식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습니다.
 
꼭 이래야만 했을까요. 영화에 밀리지 않는 연출을 하면서도 주인공 몸과 무기 자체에 UI를 집어넣은 사례는 2008년작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입니다. 이 게임은 첨단 기술이 쓰이는 세계관을 십분 활용해, 길 찾기 편의성에도 당위성을 부여했습니다. 그 덕에 몰입감과 액션의 재미를 모두 잡은 게임성으로 호평 받았습니다.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연출로 유명한데요. 플레이스테이션5의 듀얼 센스를 잡고서, 내가 직접 뉴욕 한 복판을 날아다니는 듯한 경험을 주는 몰입감도 일품입니다.
 
반면 2024년에 나온 이 게임은 '영화 같은' 게임을 만드느라 영화도 게임도 아닌 어딘가에 머무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게임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영화 그 이상의 경험을 주는 것이지, 영화 그 자체가 되려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닌자 시어리는 "헬블레이드 팬들과 시네마틱의 몰입감이 주는 내러티브 중심 경험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도 '내러티브 중심 경험을 즐기는 이들'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실적인 세계를 만들었다 해도, 길을 헤매다 멀미를 느끼게 만드는 건 너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제가 이 게임(혹은 조작 가능한 영화)를 끝까지 해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면, 첫인상의 아쉬움을 넘어선 장점을 소개하려 합니다.
 
엑스박스(Xbox)로부터 리뷰용으로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 II' 게임을 제공받았습니다.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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