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중개수수료를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편을 단행하면서 후폭풍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무료 배달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수익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겠다는 취지인데요. 배민의 수수료 체계와 관련한 자영업자와 라이더 등의 반발이 거센 상황 속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배달 라이더 (사진=뉴시스)
12일 배달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배민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소비자 경험 개선과 업주들의 성장을 위해 대규모 개편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배민은 이번 개편을 통해 중개수수료율을 종전 6.8%에서 3%포인트 올린 9.8%로 변경했는데요.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했던 배민의 수수료는 2위 업체인 쿠팡이츠와 동일해진 셈이 됐습니다.
이번 중개수수료 인상 정책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영향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DH는 유럽연합(EU)로부터 반독점 관련 벌금 4억유로(약 6000억원)를 부과 받을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러한 과징금을 배민에서 충당하기 위해 압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DH는 지난해 배민으로부터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바 있습니다.
또한 업계에서는 이를 이국환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과도 연결 짓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임이 DH의 수익성 강화 압박에 따른 갈등 탓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임시 대표가 10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열린 전사발표에서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발표 시기도 미심쩍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이 대표의 후임을 ‘내정’한 상태인데요. 내정된 대표는 오는 8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선임됩니다. 문제는 신임 대표가 내정된 상태에서 임시대표가 큰 파장이 예상되는 개편안을 전격 발표하는 것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건데요. 이에 일각에서는 신임 대표가 오기 전 논란의 정책을 임시대표 선에서 미리 처리해 차기 대표가 받을 비판을 덜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내정된 대표는 내부 승진이 아닌 영입한 외부 인물로 관측됩니다.
배민 측은 중개수수료 인상과 관련, 유료 구독 모델로 고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타사와 비교해 무료 배달 경쟁력 등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배민 관계자는 “본원적인 경쟁력과 업주분들의 성장, 고객 혜택 등을 강화하기 위해 수수료 정책을 변경한 것”이라며 “내부에서 시장 경쟁에 대한 위기감이 심각했고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위해 고심 끝에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수료 개편 정책과 이 전 대표의 사임은 모기업과는 무관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DH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거 ‘배민다움’으로 명명되는 배민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큽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 카피로 대변되는 배민의 참신한 시각과 B급 감성 등 새로운 도전, 그리고 사회 공헌과 업계와의 상생은 사라진 채 수익성만 좇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데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감지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올해 DH가 또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간다면 ‘우리는 배달의민족’이라는 연대감을 심어줬던 배민을 향한 배신감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에 엔드 유저는 소비자”라며 “밸류체인에 있는 자영업자, 라이더를 고려하지 않는 수수료 인상이라든지 외국계 기업이 우리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당금을 챙겨가는 모습은 소비자들이 충분히 이탈할 수 있는 요소기 때문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