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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당이 지배하는 정치, 민주주의 어렵다
입력 : 2024-07-24 오전 6:00:00
국민의힘이 예상대로 한동훈 대표 체제로 출범하게 됐다. 대표 경선과정에서 야당에게 공세거리만 제공한 최악의 자해 전당대회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선이 진행 중인 민주당은 연임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예상대로 독주하고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제왕적 당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웠다"며 김두관 후보가 맞서고 있지만 반향은 미미하다. 민주당이 이미 이재명의 당이나 다름없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민주당의 일상이 돼버렸다. 
 
탄핵 이후 자생 능력을 상실한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며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내 소수 세력의 한계는 불가피하다. 당정관계의 변화와 더불어 어떤 식이든 재정비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60% 가량의 압도적인 의석으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지만, 지지율에선 30% 내외에 불과하다. 자신들이 탄핵하겠다는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지지도와 다를 바 없다. 더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서는 정당을 대의민주주의의 필수적 장치처럼 말한다. 그러나 정당은 어디까지나 정치참여의 도구일 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투쟁의 역사에서 정당과 같은 정치조직은 늘 함께 했다. 개인보다는 집단적인 조직이 권력투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런 정치조직의 기능은 양면적이다. 정치적 참여를 효과적으로 매개하는 창구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정치참여를 독점하거나 왜곡시키는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정치가 되려면, 정당의 부정적 기능을 통제하고 긍정적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당 선거제도는 정당의 이런 문제에 대한 제어 기능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기성 정당의 독점적 특혜를 보호해주고 있다. 경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성 정당의 특권을 보호해주면서 독점체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경쟁적 정당체제의 부재는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더 어렵게 한다. 배타적 이권을 독점하는 카르텔 조직이나 다름없다. 결국은 이들이 한국정치 전체를 독점하며 그들만의 권력정치로 만들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 하고 있지만, 거대 정당을 배경으로 하지 않으면 대통령 되는 게 불가능하다. 물론 우리나라 정당들도 외형상으로 변화해왔다. 이합집산도 있었고, 명칭도 여러 번 바뀌었다. 그러나 결국 제1, 제2 정치카르텔의 명칭 변경이었고, 주도권 변화였다. 간혹 제3당이 등장했지만 이 양대 카르텔로 다시 재편되곤 했다.
 
카르텔이라는 용어가 그렇듯이 폭력 조직의 주도권 양상과 별 다를 게 없다. 정당이 한때는 민주화나 공동체의 가치를 내걸고 모인 결사체였지만, 요즘은 권력이권 카르텔 조직이 돼버렸다. 국민의 대의기구라는 국회도 국가전략과 민생을 위한 입법부가 아니라 정당들의 권력싸움을 위한 진지로 변질돼 있다. 
 
정당이 정치과정을 독점하게 되면 정당이 유권자에 호응하기보다는 유권자를 지배한다. 하버마스의 표현대로 유권자의 식민화이다. 정당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독점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조국혁신당의 전북위원장이 ‘호남이 민주당에 가스라이팅된 상태’라고 유권자 식민화 경향의 극단적인 경우를 들기도 했다. 정치 양극화의 주요한 배경도 양당 독점의 정당정치 구조에 있다. 양당 독점의 한국정치 구조를 혁파하는 것, 이게 한국정치 개혁의 핵심이다. 개혁 과제가 개혁 대상의 손에서 좌우되는 역설적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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