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피봇(통화정책 전환) 전망이 나오면서 '슈퍼 엔저'가 마무리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테크(환율 재테크)'에 나선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가 지속되는지 관망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연초부터 증가세를 유지했습니다. 1월 1조1574억엔, 2월 1조2130억엔, 3월 1조2160억엔, 4월 1조2412억엔, 5월 1조2904억엔에서 6월 1조2929억엔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29일 엔화 예금 잔액은 1조2213억엔으로 전달 말 보다 716억엔 줄었습니다.
투자자들이 환차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엔·원 환율은 지난 4월 하순 100엔당 900원 아래로 떨어진 뒤 7월10일 856.19원까지 내려앉았다가 7월25일 이후 900엔대로 올라섰습니다.
최근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움직임과 겹쳐 올라갔습니다.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엔화 위안화 약세는 미국에 매우 불리하다"는 발언도 엔화 가치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BOJ가 7월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고 오는 2026년 1분기부터 국채 매입 규모를 월 3조엔으로 축소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그간 미국과의 금리차가 커 엔화 약세가 지속됐는데요, 오는 9월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인하한다면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 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원·엔 환율이 아주 낮았을 때 환전했다면 일부 이익 실현하기 적절한 시기"라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면 엔화 가치는 지금보다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일시적 강세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도 "원·엔 환율이 900원대까지 오르는 것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인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달러 가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긴 하나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 이전 연준의 금리 인하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론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되겠지만, 유럽중앙은행과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왔기 때문에 예상한 만큼 달러가 약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태형 팀장은 "일시적인 강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원·엔 환율이 1000원대 복귀하거나 안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엔·원 환율이 최저 850원대에서 900원대로 올라오면서 환차익 실현을 기대하는 투자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하 불확실성으로 인해 추세적인 엔화 강세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