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상장명
넥스턴바이오(089140))가 본업보다 타법인 취득 등 몸집 불리기에 열중하면서 회사 자금만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사업 진출 등을 위해 출자한 법인들은 주가 부양 모멘텀으로 활용된 후 성과 없이 대규모 손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넥스턴바이오는 지난해 관계 및 종속기업 투자에서 299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중 비상장 종속기업인 넥스턴바이오(이하 넥스턴바이오(비))와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에서 인식한 손상만 각각 79억원, 116억원으로 195억원에 달합니다.
앞서 넥스턴바이오는 지난 2021년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사명을 넥스턴에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로 변경하며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전환산채(CB) 발행을 통해 38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고 대부분은 타법인 취득에 사용됐습니다. 130억원을 들여 실질적 최대주주(최대주주의 최대주주)의 계열사였던 이브이첨단소재 지분 8.83%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또 바이오의약품 자회사 넥스턴바이오(비)와 제약 벤처기업투자 자회사 넥스아이디랩(현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을 각각 10억원에 설립했습니다.
넥스턴바이오는 이후 넥스턴바이오(비)에 160억원,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에 20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습니다. 또 당뇨치료제 개발사로 알려진 미국 기업 로스비보 테라퓨틱스(RosVivo Therapeutics)에 550만달러(약 61억원)를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CB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 타법인 취득에 사용된 셈입니다.
바이오신사업 진출 등으로 주가는 급등락했습니다. 최대주주 변경 전 2만5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2021년 6월 무상증자 효과까지 더해지며 6만7025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성과는 부진했습니다. 넥스턴바이오가 사명을 바꾸고 바이오 자회사를 설립한지 3년이 지났지만 올해 1분기 기준 넥스턴바이오의 제약·바이오 관련 매출은 전무합니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던 △신약·
백신 연구 △의약품 개발·생산 △암 면역치료제 개발 등 사업추진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작년말 감사보고서 기준 넥스턴바이오(비)와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의 회수가능액은 각각 81억원, 83억원으로 투자원금 대비 54% 감소했습니다.
넥스턴바이오(비)가 당뇨치료제 개발을 위해 인수한 로스비보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습니다. 이미 6년 전부터
와이투솔루션(011690)(전 유양디앤이)의 계열사가 진행해왔던 사업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앞서 유양디앤이는 미국 네바다주립대와 당뇨병 및 비만 치료 신약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바이오신사업 추진을 위해 및 해외법인 등을 설립했습니다.
당시 유양디앤이는 노승일(Seungil Ro) 네바다주립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는데요. 넥스턴바이오의 당뇨치료제 개발을 담당하는 로스비보의 대표가 노승일씨입니다. 로스비보는 2021년 5월 설립된 이후 6월 넥스턴바이오부터 55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유양디앤이는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이브이첨단소재가 최대주주로 있었고, 같은해 넥스턴바이오는 이브이첨단소재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 주체가 변경됐지만, 투자 주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넥스턴바이오 관계자는 “과거 유양디앤이의 당뇨치료제 개발 및 노승일 박사와의 관계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면서 “바이오사업과 관련해선 계열사들이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차바이오그룹 계열사인 '차헬스케어'에 투자한 건이 있고 넥스턴바이오(비)를 통해 투자한 로스비보의 경우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로스비보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