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국회탄핵절차와 상관없이 자진사퇴하고, 취임 직후 취한 조치는 대승적 차원에서 백지화하는 게 마땅하다. 정직성과, 5.18광주항쟁이나 일제하성노예에 대한 인식 등 자질 문제로 국민적 분노와 정권의 신뢰위기가 격화될 것이다. 용산은 이 위원장의 부정직과 국민 무시에 따른 분노를 왜 떠안으려 하는가. 정권의 명운을 걸 만큼 이 위원장이 ‘핵심 자원’인가. 이건 진영 논리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청문회 때 하다하다 못해 빵집카드포인트까지 나왔다. “카드포인트를 누군가에게 줬는데 밝힐 수 없다”고 버티다 그 뻔뻔한 식언과 거짓말에 공분이 일었다. 정직성과 공사 구분 및 준법성이 핵심이다. 이 정도면 법인카드끝판왕, 부정직의 끝판왕이다. 이 위원장이 서울MBC 임원과 대전MBC 사장 재직시 법인카드로 쓴 회삿돈이 5억7천여만원인데 결제처가 요지경이다. 특급호텔, 백화점부터 유흥주점 골프장 빵집 노래방은 물론 집 근처 수퍼마켓까지 있다. ‘저런 곳에서까지?’ 싶은 곳들과 새벽 시간 사용도 있어 듣는 이가 다 민망하다. “사치스럽게도 긁었고 치졸하게도 챙겼”다.
광고영업 차 먹고 마시느라 6억 가까이 썼단다. 하룻 밤에 기백만원이 수두룩하고 빵집 4,000원도 있다. 국민을 얼마나 어리숙하게 보면 광고영업이란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나. 수 년 전 ‘개돼지 파문’ 벌써 잊었나. 보리밥집 영업이라고 하면 “소탈한 영업”이라고 칭찬받을 것 같은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규정 상 지역공중파는 ‘자체 광고영업 불가’인데 웬 광고핑계를 대나. 국민적 공분 이유는 정직성과 공사 구분 문제다. 이런 인사가 무슨 국가 방송통신업무의 책임을 맡나. 장관급이 아니라 실무자로도 자격없다. 무자격자임은 물론 배임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백보 양보해서, 용산의 인사검증 때 국고나 세금관련 사안이 아니기에 놓쳤다 치자. 보수가 지키려는 게 저런 행투는 아니잖은가. 자진 사퇴가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다. 누가 됐건 국민과 싸우면 안된다.
여당 최 모 의원은 영국 윌리엄 왕자 사진까지 인용해가며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균형있게, 총체적으로 보자”고 했다. 집 근처 수퍼마켓 결제를,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던 카드포인트기록을 개인정보라며 깔아뭉개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균형있고 총체적인” 해석인가. 국회와 청문회를 그런 식언으로 대놓고 무시해도 그 최 의원이나 국힘은 괜찮은가.
대전MBC 사장실 냉장고에는 와인이 즐비했다. 개봉했다가 마개를 닿아놓은 것도 있었다. 물론 법카로 샀다. 사장실에서 혼자 와인 마시며 광고영업했나. 아니면 서울 오가며 법카 써댄 격무로 지칠 때면 마셨던 와인들인가.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줄 알고 들으라’는 방자함이 아니고 뭔가. 본인이 기자였을 때 이런 청문회를 봤다면 ‘강직한 종군기자’라던 이진숙은 기사를 어떻게 썼을까.
초밥이나 제수용과일값 같은 생활비는 법인카드로 안냈으니 ‘그나마 양심적’이라고 칭찬해줘야 하나. 집 근처 수퍼마켓비용이 어떻게 업무용인가. 누가 됐건 어느 순간이고 간에 정직할 것이며, 공사 구분 확실히 하면서 공적인 일 해보겠다고 나서라. 그게 기본 중 기본이다. 정직과 염치는 이러구러 토 달아서는 안되는 필수 덕목이다. 이 위원장, 삼척동자도 어처구니없어 할 소리를 하고도 고개는 빳빳했다. MBC는 배임 여부 조사의뢰가 마땅하다.
안그래도 기레기다 뭐다 하는 비판에 곤혹스러운 후배기자들 면목도 생각하시라, 한 때 주목받았던 기자였으면. 그를 보니 끌끌 찰 혀가 아깝다.
이강윤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