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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전기차 화재…위험도에 걸맞은 법제 필요
입력 : 2024-08-05 오후 2:54:08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친환경 정책 등에 힘입어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었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하면 보조금이 지원되고 가속 성능이 뛰어나며 충전 비용이 저렴한 점 등 장점이 많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일 오전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에서 시작된 불이 주변으로 번져 큰불이 발생했습니다. 주민 20여 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지고 차량 40여 대가 불타고 100여대가 연기에 그을리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무더위에 나흘 넘게 수도와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기차를 탁송하던 중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화물차 적재함까지 전소됐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와 눈길을 끌었는데요. 화물차 운전자는 아직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가 힘든데요. 리튬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화재는 조립식 수조를 주변에 설치하고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채워 직접 배터리에 물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압해야 하는데요.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불이 너무 빠르게 번지고 유독가스 등 연기가 잘 빠지지 않기 때문에 소방 장비가 진입하기 어려워 사실상 전소된 후에야 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차 충전 및 주차구역에 대형 스프링클러 설치를 하거나 지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안전대책 없이 전기차 보급에만 급급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시설 및 전용 주차구역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설치됩니다.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르면 아파트의 경우 100세대 이상이면 설치해야 합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에 전기차 충전시설과 전용 주차구역의 설치를 강제하고는 있지만, 설치 위치나 전기차만의 특수한 안전시설 설치 기준까지는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기로 결의하는 아파트 단지도 생기고 있습니다.
 
지상 설치 의무화 필요
 
전기차 화재를 차단하거나 진압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이번 사고처럼 속수무책으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요. 그전까지는 지상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지하에 있는 시설을 옮기기도 어렵고 지상에 충전 및 주차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단지도 많을 텐데요. 이런 경우 대형 스프링클러의 설치라도 해야 합니다. 전기차 화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번지는 특성이 있어 초기 진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신기술은 편리함을 주지만 겪어보지 못한 위험을 동반하는데요. 특히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와 같이 위험이 미리 예견됐음에도 특별한 안전장치를 하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안전을 외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현실성 있는 대책을 담은 법안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전기차 화재는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특성도 있는데요. 리튬 배터리의 특성상 거의 전소된 후에야 불이 꺼지는 경우가 많아 화재 원인을 찾기가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차량의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 간에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리기가 어려운 겁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배터리의 유통과정을 철저히 확인하고 각 배터리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사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대책을 마련하려면 비용이 들게 마련인데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의 입장에서는 규제가 없으면 스스로 대책을 마련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따라서 신기술의 개발과 이용에는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률을 통한 규제가 필요한데요. 배터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지원할 필요도 있습니다. 주무 부처에서 필요한 대책을 내놓고 국회는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할 것입니다. 경색된 정국이라도 안전과 민생에 직결되는 법안은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전기차의 보급은 계속 늘어날 텐데요. 많은 소비자가 여전히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이고, 전기차가 안전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아 환경을 지키는 수단이 되도록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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