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노조가 황주호 사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습니다. 황 사장이 주52시간 근무제를 어겨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입니다. 최근 한울원자력본부에서 발생한 20대 직원의 극단적 선택 역시 황 사장 취임 후 진행된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과중한 업무부담이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입니다.
한수원노조 관계자는 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울본부 직원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황 사장을 이달 중 울산지방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조직개편 이후 한수원 직원들이 주52시간을 넘는 근무시간과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고, 이번 사건도 이와 관련해 벌어진 일이라는 판단”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한수원은 현재 시간외수당(OT)도 임금이 아니라 보상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담당업무는 그대로 남아서 직원들이 휴가를 다녀와서 처리해야 한다. 임금을 안 주면서 일을 시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국회무궁화포럼 주최 제1회 조찬 강연회에서 ‘원자력 강국의 길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망사건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한수원의 주52시간 위반 내용을 언급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왔습니다.
한수원 직원이 작성한 한 게시글에서는 “회사 시스템만 주52시간 위반이 안 되도록 해놓고, 실제 현장에서는 주52시간 위반하고 OT 미지급으로 임금 체불하고 있다”며 “실제로 주52시간 지키고 OT를 지급하면 무리한 공정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건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되겠지만, 주52시간이나 오티 미지급도 조사하면 걸릴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 회사는 긴장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과 자유대한호국단, 행·의정감시네트워크 중앙회 등은 지난 7월 서울 중앙지검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수원노조 관계자는 황 사장에 대한 검찰 고발과 함께 한수원 본사 앞에서 집회 시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수원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 만큼, 사망한 직원의 49재까지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하는 등 회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사망사건이 단순 희생으로 끝나지 않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울본부 측은 “고인이 돌아가신 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블라인드에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나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황 사장이 주52시간 근무제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 할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한수원 사장, ‘업무상 배임 혐의’도 고발
황 사장은 현재 업무상 배임 혐의로도 검찰에 고발된 상황입니다. 한수원이 수소폭탄의 재료로 쓰이는 삼중수소를 시세의 4분의1 가격으로 팔았고, 회사에 5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 등 시민단체들에 의해 지난 7월 고발을 당한 바 있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7월10일자 <
(단독)한수원, 삼중수소 ‘특혜 매각’ 의혹> 기사를 통해 해당 문제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편, 경상북도 울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한울본부 제3발전소에 근무하는 20대 직원 A씨가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타살 흔적이 없어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현재 정확한 원인과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