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관세청도 모르는 복잡한 FTA..'스파게티볼'효과 현실화
10년 만에 45개국과 동시다발적 FTA 체결 탓
입력 : 2012-08-28 오전 10:28:31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우리나라가 동시다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활용률이 떨어지는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중 FTA는 물론 FTA 전략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10여년 만에 경제영토를 45개국으로 늘렸다.
 
그러나 FTA를 맺은 국가마다 협정 내용이 달라 활용률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FTA 효과가 반감되는 가장 큰 요인은 복잡한 원산지 규정이다. 각 협정마다 그 내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미 FTA의 원산지규정은 미국의 체제를 따르고, 한-EU FTA 원산지규정은 EU체제를, 한-ASEAN 원산지 규정은 ASEAN 규정을 따르는 식이다.
 
원산지 증명 서류, 규정, 발급 방식이 개별 FTA마다 제각각이라 수출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에서도 애를 먹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22일 서울관세청의 자유무역협정문 해석 오류로 인도산 다이아몬드 수입업체들에게 내지 않아도 될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가 되돌려줬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우리나라와 인도, 중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6개국은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APTA)을 맺고 특정 품목에 대해 관세양허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산 다이아몬드는 2.5%의 특혜 관세를 적용받는다.
 
이 문제는 서울관세청이 지난 2010년부터 수입업체들에게 원산지 증명을 요구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수입업체들은 APTA에서 규정한 원산지증명 서류를 세관에 제출했지만 세관으로부터 서류가 누락됐다는 통지를 받고, 5%의 기본관세를 물어야 했다.
 
서울관세청이 APTA 협정문에 원산지 증명과 관련된 서류 중 일부만 제출하도록 'or'로 표시된 부분을 'and'로 해석해 협정문에서 나열한 모든 서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관세청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가 과도한 원산지증명 요구를 문제삼자, 그제야 관세청은 지난 7월 부랴부랴 추가 관세분 3억3000만원을 환급했다.
 
관세청은 "원산지 증명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해명했지만,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FTA 확대를 적극 주장해온 관세청조차 원산지 규정 해석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함 셈이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특히 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이다.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은 전담조직과 전문인력 확보, 시간적·금전적 투자, 생산 공정 변화 등이 쉽지 않다. 중소기업 FTA 활용률은 한-아세안의 경우 수출 21%, 수입 49%, 한-인도는 수출 15%, 수입 7% 수준에 그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FTA 원산지 규정은 체결 전 형상 과정에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 변경이나 개선이 쉽지 않다"며 "수출입업체의 이해도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 상대국과 품목이 많지 않아 스파게티 볼 효과가 나타날 여지가 적다"며 "각 업체에 맟춤형 컨설팅을 제공해 활용도를 높여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FTA의 활성화 여부는 원산지 규정의 단순화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FTA 협상 개시나 타결에만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이미 체결된 기존의 FTA의 원산지 규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아름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