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KBS 사장 공모를 마감한 결과 KBS 전·현직 간부 등 12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노조가 부적격 인사로 지목한 이들이 다수 끼어 있어 선임 과정에 논란이 예상된다.
KBS 이사회는 다음달 2일 면접대상자를 확정, 9일 면접을 실시해 최종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 한다는 계획이지만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움직임이 불붙은 상황에서 기존 인선과정의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BS 노조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사장자리 넘보는지”
KBS 이사회가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사장 후보를 공모한 결과 강동순 전 KBS 감사, 고대영 KBS미디어 감사, 권혁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김성환 KBS 외주제작국 제작위원, 길종섭 전 케이블TV방송협회장, 길환영 KBS 부사장, 이동식 KBS비즈니스 감사, 이정봉 KBS비즈니스 사장, 이후재 한국언론인협회 이사, 장윤택 전 KBS미디어 감사, 조대현 KBS미디어 사장, 최영호 변호사 등 모두 12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권혁부·이동식·이정봉 후보는 타천으로, 나머지는 자천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후보 가운데 일부 인사는 공모단계에서 이미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불공정 방송’이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이병순·김인규 사장의 KBS’에서 보도국의 핵심직책을 맡은 이가 하마평에 오르다 이번에 사장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길환영 후보는 TV제작본부장에 재임 중이던 지난해 초 노조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률 88%(재적대비 79.3%)를 얻는 등 KBS를 ‘관제화’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내부 평가다.
고대영 후보의 경우 올해 초 KBS 양대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 노동조합)가 공동으로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율 84.4%(재적대비 70.7%)를 기록, 단협에 따라 해임되기도 했다.
이병순·김인규 사장 밑에서 TV제작본부장과 부사장을 지낸 조대현 후보나 김인규 사장 시절 보도본부장을 지낸 이정봉 후보 역시 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BS본부는 25일 특보에서 “지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라며 “케이블 방송협회장 출신의 길종섭 전 대기자나 종편 조선TV 전무였던 장윤택 전 TV제작 본부장도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고 이동식 KBS 비즈니스 감사는 사장으로서 역량 함량미달”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건에 직접 연루된 인사도 사장 후보로 나섰다.
2007년 이른바 ‘강동순 녹취록 파문’의 주인공 강동순 후보와 1987년 당시 ‘문화공보부-언론인 개별접촉 문건’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 권혁부 후보에 대해 KBS 양대 노조는 ‘구악’의 대표격으로 지목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모단계에서 재차 밝혔다.
◇매번 파행 겪은 KBS 사장 인사..이번엔 낙하산 막을까 했는데
이번 KBS 사장 인선은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움직임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KBS 사장을 결정하는 이사회의 목소리가 ‘여·야 7 대 4’ 비율로 고정돼 있어 집권정치세력의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보완책을 만들어 사장을 뽑자는 게 거버넌스 개선의 목표다.
실제 여야는 올해 비슷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나란히 발의했고 일각에선 KBS 사장 선임 절차를 법 개정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반해 KBS 이사회는 현행 절차대로 사장을 뽑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22일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들의 주장이 관철돼 노조가 제안한 사장 선임제도 개선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KBS 양대 노조는 국회 제출된 개정안 가운데 ▲이사회 3분의 2 이상 동의로 사장을 선임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시민사회인사를 포함시킨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사장의 자격 요건 강화 등 세 가지 내용을 추려서 이사회에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야당 추천 이사 4명은 여당 추천 이사들의 표결처리에 항의하며 중간에 퇴장하기도 했다.
이제 방송가의 이목은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사장 선임 절차를 원천무효’라고 선언한 KBS 양대 노조에 쏠리고 있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서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입장인데 그동안 별개로 움직여온 두 개 노조가 사실상 처음으로 거버넌스 개선에 공동대응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KBS본부는 25일 특보를 내 부적격 후보들에 대해선 “KBS 사장이 되려는 야무진 꿈을 당장 포기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아무런 제도적 개선 없이 사장 선임을 강행하려는 시도는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