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김재철 MBC 사장을 유임하도록 정치권이 개입한 정황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김재철 MBC 사장을 지켜라, 스테이 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양 위원에 따르면 방문진은 여야 이사를 막론하고 김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10월 24일 저녁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의 전화를 받은 뒤 여당 추천 이사들이 돌연 입장을 바꿨다.
양 위원은 이에 대해 “김 사장 해임 결의에 대해서는 10월25일에 MBC 사태 해결이 구부능선을 넘었다가 무산되는 과정이 있었다”며 “방문진 이사들이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였고 실제 6 대 3으로 가결하느냐 만장일치로 가결하느냐 정도만 남은 상태에서 24일 저녁 하금열·김무성 두 명의 개입으로 합의했던 내용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은 “결국 해임안이 상정되지도 못했다”며 “해임안 가결을 눈앞에 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핵심인사가 개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철저히 속았다”며 8일 오전 방통위 상임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방문진의 야당 추천 이사들도 양 위원과 같은 주장을 폈다.
권미혁, 선동규, 최강욱 등 방문진 이사 3인은 8일 오전 김 사장 해임안이 ‘반대 5표, 찬성 3표, 기권 1표’로 부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방문진의 여당측 일부이사가 24일 해임안을 더는 추진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며 “이는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10월25일 김 사장 해임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이날 전격 해임안을 철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3인은 “여당측 일부이사와 김 사장 해임에 의견 접근을 이뤄 MBC 정상화 방안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 25일 이사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지만 24일 느닷없이 이를 포기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10월 24일 청와대, 박근혜 캠프, 김충일 방문진 이사(여당 추천) 사이에 교감이 이뤄진 뒤 김 사장 해임안이 철회됐다는 양 위원 주장과 사실상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 3인은 외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앞으로 정기이사회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방문진의 여당추천 이사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8월 MBC 사태를 풀도록 노력하겠다는 여야 합의가 지금껏 미뤄진 데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온 바 있다.
김재철 사장은 불공정보도로 노조 파업을 불러온 장본인이자 최근 비밀리에 MBC 민영화를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MBC를 관리하는 방문진이나, 방문진을 감독하는 방통위 모두 여당추천 인사들의 목소리에 밀려서 지금껏 사태 해결이 미뤄져 왔다.
오는 12일 국회에서 MBC 관련 청문회를 열겠다는 안건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지만 여당의 협조 없이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될지 미지수라는 평이 많다.
이런 가운데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파업 재개 카드를 꺼내들며 MBC 안팎의 혼란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MBC 노조는 8일 오후 파업 일정 등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문진은 김재철 해임을 거부함으로써 스스로의 존립근거를 부정하고, 권력의 시녀임을 자임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