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새 정부의 미디어정책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벌여놓은 각종 문제점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시민사회는 ‘낙하산, 파업, 해직’ 등으로 점철된 현 정부 언론정책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는 주문을 1순위로 제시한 바 있다.
학계를 중심으로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찌감치 나왔다.
그러나 당선자의 미디어정책 지향점은 산업성에 방점이 찍혀 있고, 공공성 제고는 성의 없는 공약에 그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선자가 제시한 부처 개편 내용 중엔 거대 독임부처 안에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두겠다는 구상도 있어 벌써부터 또다른 ‘언론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업성에 방점 찍은 정책
박근혜 당선자의 언론정책 밑그림은 지난 10일 발표한 공약집에서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박 당선자는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정보통신’ 정책을 설명하고 방송과 인터넷 공약을 그 안에 포함시켰다.
방송관련 공약은 ▲방송법과 IPTV법으로 나뉜 유료방송 법체계를 일원화 하고 ▲미디어 진입과 영업 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방송의 산업적 가치를 중시하는 시각은 나무랄 데 없지만 방송의 또 다른 한 축인 공공성 제고 부분에 대해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편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게 전부라는 게 문제다.
서미경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14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문제의 공약이 ‘구체성은 떨어지고 실천의지가 의문’이라는 지적을 받자 “박 후보가 말씀하신 이상 분명히 집행된다”는 식의 해명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실제 올 초부터 이어진 ‘MBC 파업 사태’에 대한 당선자 처신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대외입장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을 샀다.
그는 지난 6월 MBC 사태를 매듭짓겠다는 ‘물밑약속’을 해 놓고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다.
방송 공공성을 제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빈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방송이 또 다시 위험하다
공공성 제고 의지의 모호함과 달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대한 개편 방향은 명확한 편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ICT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독임부처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문제는 ICT 독임부처 안에 ‘방송위원회’를 두겠다는 부분에서 불거지고 있다.
당선자측 언론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김대호 인하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이제 우리나라도 방송을 정부 관할 아래 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때가 됐다”고 설파하고 있지만 방송가는 선진국 수준만큼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국내 방송환경을 들어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명박정부 내내 논란을 야기한 낙하산 인사와 그에 따른 해직자 양산, 편파보도 문제는 언론분야 ‘퇴보’의 증거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합의제를 표방한 방통위가 실상 독임제처럼 운영된 데서 이명박정부의 방송정책 난맥상을 찾고 '방송정책만큼은 완벽히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담당케 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근혜 캠프의 공약을 보면 ICT 독임부처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놓는 데 비해 부처 안 방송위원회 설립은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서 “그들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처 안 위원회는 우리가 무수히 겪어왔다”며 “방송을 그렇게 맡긴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