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사실상 ‘꼬마 방송위’ 수준으로 축소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대다수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긴 채 사실상 방송 규제만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된 뒤 나온 방송업계 반응이다.
방통위의 진흥-규제 업무의 분리 방침을 천명했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2일 업무 분장과 관련해 추가 개편안을 발표하며 방통위의 기능 축소를 재차 확인했다.
인수위는 이번 2차 발표에서 “방통위는 방송 규제 기능과 공공성·공정성이 요구되는 사회문화적 규제 기능을 담당한다”고 역할을 한정지었다.
이로써 방송·통신 융합을 기치로 2008년 출범한 방통위는 그 이름과 합의제 형태만 유지한 채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최측근이 수장을 연임하며 방송과 통신을 포함해 언론정책 전반을 주무르던 역할이 박근혜 정부에선 달라지게 된 셈이다.
대신 방통위 기능 대다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갈아타게 됐다.
당초 ICT 전담부처 설립을 강력히 요구해온 방통위는 인수위가 방통위 역할을 진흥과 규제로 분리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급하게 입장을 수정해 ICT 업무 전체를 한 데 묶은 개편안을 인수위에 보고했다.
인수위가 방송·통신 융합과 진흥, 정보화, 정보보안, 소프트웨어는 물론 디지털콘텐츠와 우정사업까지 미래창조과학부에 몰아넣으면서 방통위의 ‘플랜B’는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콘텐츠 업무의 일원화를 주장했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디지털콘텐츠를 고스란히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기게 되면서 문화부 역시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문화부가 지난해 방통위에 넘겨준 방송광고 업무까지 ICT 영역에 그대로 묻어갔다.
이번 방통위 개편안은 국회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적다는 평가다.
민주통합당은 방송 등 공적 영역이 독임부처 형태의 미래창조과학부에 넘어가선 안 된다는 입장 정도를 정했고 이번 개편안에서도 실제 사후규제와 인허가 업무가 합의제 방통위에 남겨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 내용에 대해 “심의기능마저 별도로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사실상 옛 방송위보다 못한 ‘꼬마 방송위’가 됐다”며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의 인허가와 금지행위 정도를 단속하는 순수 규제 역할만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