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의 배트남 건물 매각 대금 중 일부를 가압류 하면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이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에 무리한 채권 상환요구와 담보를 설정, 상장폐지 위험이 있는 금호산업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우리은행은 워크아웃과 상관없이 대출된 채권 행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 SPC인 아시아나사이공(유)의 자산관리자 입장으로 금호산업이 이번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지분 매각으로 조기상환의무가 발생해 가압류 등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선관의무 위반 등으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 상황이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 15일 금호산업의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지분 50% 매각대금 590억원 중 300억원을 가압류 했다. 이에 산업은행이 '법적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강력 반발하면서 금호산업 비협약채권 문제가 시작됐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06년 금호산업이 베트남 호치민 소재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자본금을 출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SPC(아시아나사이공(유))에 590억원을 지원했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당시 보유한 비협약채권은 총 9616억원으로 이중 4598억원이 워크아웃 신규자금 등으로 상환됐고, 784억원이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됐다.
지금까지 비협약 채권의 경과를 살펴보면 개인채권자들은 워크아웃 당시 1240억원의 비협약 채권 중 대부분인 959억원 상환 받았고,173억원을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했다. 잔액인 108억원에 관해서는 금리를 연 6.7%에서 5%로 감면키로 했다.
금호그룹 계열사들도 2682억원의 비협약채권 중 58억원을 상환 받았고, 611억원은 주식으로 출자전환했다. 잔액인 2013억원에 대한 금리 역시 5%로 감면했다.
금호그룹 계열사 였던 금호석유화학은 100억원의 비협약채권이 있지만 이는 브랜드로열티로 상계하기로 했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측은 상표권으로 인한 브랜드로열티 상계건은 합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에서는 금호산업이 개인채권자들의 비협약채권은 워크아웃 신규 자금으로 대부분 상환했고, 일부에 대해서만 주식으로 출자전환 했으며, 계열사 비협약채권 역시 일정 부분 상환해줬는데 우리은행만 전혀 상환해주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90억원의 비협약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 19일 만기시까지 전혀 상환을 받지 못했다.
특히 대출 승인조건으로 내걸었던 금호산업 회사채 등급 하락시 기간이익을 상실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금호산업이 조기상환했어야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금호산업의 회사채는 지난 2008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해 BBB(안정적)에서 현재 CCC까지 하락했지만 조기상환은 없었다.
우리은행은 출자전환으로 채무재조정하는 것 역시 워크아웃과 관계없는 비협약채권에 대한 법적 권리를 무시하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가압류 전 금호산업에 매각비율 50% 상환과 함께 잔여지분 50%에 대해 후순위 담보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이미 기한이익이 상실한 채권에 대한 상환 거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우리은행의 금호산업 가압류 문제에 대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운영위원회의 경우 담보제공으로 채무만기를 연장받는 것이 전체 채권자 이익에 해가 되지 않아 우리은행의 가압류를 채권단이 승인하더라도 배임죄 등 선관의무 위반 성립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금호산업 워크아웃 지원으로 지금까지 입은 손실이 3000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달리 국민들이 주주로 있는 우리은행은 사정이 다른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이 출자전환 받으면 상호출자 금지에 해당한다"며 "3년간의 워크아웃 기간동안 금호산업이 좋아지지 않는 것은 채권단이 금호산업 경영진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을 회생하기 위해 채권단인 우리은행의 행보가 다른 채권단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워크아웃 중인 기업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은 채권단 일원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따라 우리은행에 출자전환, 캐시바이아웃(채권현금매입), 장기분할상환, 상환유예 등 4가지 안을 제안키로 했다.
우리은행이 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우리은행의 비협약채권에 대해 협약채권 확인소송을 낼 방침이다.
캐시바이아웃이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 중 공동 채무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기관(우리은행)의 채권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해당 기업(금호산업)이 현금으로 매입하는 제도다.
금융감독원도 먼저 채권단 간에 협의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재는 감독당국이 개입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금호산업 경영정상화나 워크아웃을 어렵게 하는 상황으로 번지면 적극 중재에 나서거나 채권조정위원회에 넘겨 협약채권인지 비협약채권인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1차로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신용공여액(590억원) 중 절반(295억원)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지만 앞으로 추가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행태를 고려할 때 채권단 협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매각지분 50%를 상환하고, 나머지 지분에 후순위 담보를 설정하더라도 경영정상화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일부 상환 및 잔여지분 후순위 담보요청 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금호산업이 조기상환 의무를 불이행했기 때문에 사후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은행이 아시아나사이공(유)의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위반(배임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조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