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합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워크아웃과 상관없는 비협약채권 1490억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라는 산업은행의 처사는 사유재산권에 참해하는 행위다."
산업은행의 금호산업 '법정관리까지 검토 중'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갈등이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로 번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에 금호산업 비협약 채권 상환과 담보 요청을 거절하면서 ▲출자전환 ▲채권현금매입(cash buy out) ▲장기분할상환 ▲상환유예 등 4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은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이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심각한 손해가 발생해 아시아나사이공(유)의 자산관리자로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금호산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노력할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매각지분에 대한 후순위 담보 요청만 해주면 가압류도 풀고 최대한 협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출자전환을 한다면 7:1감자가 예정된 금호산업 주식은 거의 가치가 없어 손해가 얼마가 될 지 예상도 안 된다"며 "채권현금매입을 할 경우, 420억원만 상환 받을 수 있고 나머지 금액은 전부 소멸돼 1500억원 채권 중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에 1000억원의 대출과 3000억원의 PF보증 등 4000억원 상당의 협약채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아이사나사이공(유)와 금호트러스트제일차(주)에 각각 신용공여로 590억원, 912억원 등 총 1502억원의 비협약채권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4000억원 상당의 협약채권은 채권단의 일원으로 의무를 다할 것이지만 워크아웃과 상관없는 비협약채권에 대해서는 사유재산으로 권리를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 측은 금호산업의 비협약채권이 조기상환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집행하지 않고 만기까지 유예, 일시상환이 아닌 분할상환과 매각 지분 50%의 후순위 담보권 설정 등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후순위 담보권 설정은 채권단 전체 이익에 해가 되지 않고 담보권이 설정 됐다고 해서 현금흐름이나 재무제표 등에 영향이 없다"며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에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후순위 담보권 설정으로 만기 연장 등이 된다면 채권단이 담보권 설정으로 인한 이익을 공유하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의 금호산업 비협약채권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기업에 대출할 경우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금융권은 이번 문제를 대부분 산업은행의 처사는 ‘사유자산권 참해’로 보고 있다. 워크아웃과 관계없는 채권을 산업은행이 제시한 방안으로 해결할 경우, 우리은행 사유재산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판단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협약채권 문제를 산업은행이 '법정관리' 이야기 까지 꺼내면서 우리은행을 압박하는 것은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반 주주가 있는 우리은행은 산업은행과 사정이 다르고, 금호산업의 일반 주주까지 무시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금호산업은 건설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영업력과 신용도가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워크아웃과 상관없는 채권마저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어떤 투자자가 믿고 금호산업에 일을 맡길 수 있겠냐"며 반문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산업은행의 제안에 맞서 ▲80% 현금상환, 20% 출자전환 ▲50% 상환 후 후순위 담보 제공 ▲워크아웃 기간 내(내년까지) 분할상환 ▲분할상환 및 후순위담보 제공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