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세계 경기 침체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괴롭히는 복병으로 떠오른 '엔저'가 유독 석유화학 업계에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건설경기 회복에 따른 석유화학 범용제품들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제품과 원료간 스프레드가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다 석유화학 주원료인 납사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자재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범용제품들의 판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톤(t)당 1018달러로 치솟았던 납사 가격도 하향세를 보이며 3월 들어 950달러까지 하락했다.
◇울산시 남구 상개동에 위치한 한화케미칼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공장
업계는 PVC 가격 회복과 나프타 가격 인하의 가장 큰 수혜자로 한화케미칼(009830)을 꼽았다. 한화케미칼의 PVC 매출비중은 20% 이상으로, 단일제품으로는 폴리에틸렌(PE)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월 넷째 주 PVC 가격은 톤(t)당 1070달러로 지난해 6월 t당 865달러보다 25% 상승했다. 2월부터 PVC 가격이 주당 4.4%가량 상승하며 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제품 판매가격 상승도 이끌고 있다.
석유사업 부문은 한화케미칼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PVC, PE 등 범용제품이 한화케미칼 석유화학 부문 매출의 90% 이상으로, 범용제품 가격상승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업계는 미국의 웨스트에이크(Westlake)사가 25만톤의 설비 결함으로 3월까지 PVC 생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PVC 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PVC 가격 상승으로 한화케미칼의 1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제품들 중 PVC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커 국내 기업들 중 한화케미칼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며 "납사 가격도 t당 1000달러 이하로 하락하고 있어 석유화학 기업들의 업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엔저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인 '고부가 특화제품'들의 주원료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엔화 가치가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편광필름 글로벌 생산능력 1위 업체로,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편광필름 원자재인 TAC필름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LG화학은 TAC필름 가격 인하로 원가절감은 물론 가격경쟁력 확보까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지난 1월 평균 TAC필름 수입단가가 ㎏당 51달러로 엔화 가치 하락 직전인 지난 2012년 9월과 비교하면 20.5% 급락하며 올해 200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전망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TAC필름 수입단가는 하락한 반면 편광필름 수출단가가 최근 ㎏당 47.3달러로 0.3% 정도 상승했다"며 "올해 정보전자소재 부문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2.6%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