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정부의 비현실적인 '신재생에너지' 관련 규제로 국내 바이오매스 업체들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한국동서화력발전소가 국내법 상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은 토탄(PEAT) 등 신바이오매스 생산업체들에게 원가보다 낮은 판매가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동서화력발전소가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를 이용해 사실상 '단가후려치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2조'에 규정된 바이오매스는 우드펠렛, 왕겨펠렛, 코코넛펠렛 등으로 한정돼 있다.
바이오매스는 광합성에 의해 빛 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축적한 식물자원으로 바이오 연료 및 화학소재의 원료로 활용된다. 옥수수와 사탕수수는 1세대, 목재나 볏집 등 목질계는 2세대, 미세조류 등은 3세대로 석탄원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아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된 원료 이 외의 다른 원료을 이용한 저렴하고 열효율이 좋은 바아오매스 에너지원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촉진법에서 제외돼 기술과 원료를 확보하고 생산을 하지못하고 있는 토탄
실제로 한 바이오매스업체 대표이사는 "한국동서화력발전소의 시험연구가 끝나고 구매의뢰서까지 받았는데,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상 바이오매스 연료에 포함되지 않아 한국동서화력발전소에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하라고 한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 맺은 업무협약(MOU)도 파기되게 생겼다"며 '말뿐인 정부의 규제완화'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 업체는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연구한 결과 국내 기술로 토탄(PEAT)을 개발에 성공해 지난 2010년부터 1년6개월 동안 한국전력과 공동시험을 진행했고, 지난해 4월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한국전력이 원하는 모든 요구 사항에 합격 판정을 받았다.
PEAT는 자작나무와 늪지대에 서식하는 이끼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무연탄보다 열효율이 우수하고, 가격은 25~30%가량 저렴한 연료로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등 20여개 국가에서 친환경·신재생에너지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IEA와 IPCC 역시 PEAT를 화석연료가 아닌 독자적인 친환경 연료로 인정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전문가들도 PEAT는 석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양이 10% 가량 적게 배출될 뿐만 아니라 발열양도 석탄과 비슷해 석탄과 혼합해 사용할 경우 같은 열효율을 기대하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동서화력발전소에서 제시한 구메의뢰서(왼쪽)와 러시아 정부가 MOU 파기하겠다는 공문(오른쪽)
하지만 합격 통보를 한 한국동서화력발전소 측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2조'에 규정된 바이오매스가 우드펠렛, 왕겨펠렛, 코코넛펠렛 등으로 한정돼 있어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PEAT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의사를 밝혔다.
한국동서화력발전소가 이 업체에 제시한 PEAT 구매가격은 PEAT의 원가인 t당 80달러보다 2달러 저렴한 78달러다. 동서발전소 등에 연간 200만t을 계약하기로 한 이 업체는 한국동서화력발전소와 계약하면 매년 22억원 가량 적자를 보게 된다.
PEAT는 지난 7년 동안 개발·시험 비용으로 12억원을 투자, 이 업체는 한국동서화력발전소에 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꼴이 된다.
이 업체 대표이사는 "러시아에 PEAT 원료확보와 공장부지 마련을 위한 준비가 끝났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PEAT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해 주지 않아 사업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3년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여러 번 PEAT를 신재생에너지에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학술적·과학적인 설명없이 '국내 사정과 맞지 않다'는 답변 뿐이었다"며 "확보된 기술과 에너지 자원이 전부 외국으로 넘어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는 "PEAT는 유기물이 퇴적돼 생성된 화석연료와 성분이 비슷해 국내 기준으로는 신재생에너지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며 "신재생에너지를 보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청정연료라고 해서 전부 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