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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세 남자의 무용 이야기
<나는 사람입니다> 공동안무 맡은 무용가 예효승·류장현·금배섭
입력 : 2013-04-02 오후 9:03:15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잘 나가는 남자 현대무용가 세 명이 힘을 합쳐 공연을 만든다. 무대의 주인공은 예효승(40), 류장현(31), 금배섭(38)이다.
 
세 무용가의 공동안무작인 <나는 사람입니다>는 법정 재판의 형식을 빌어 인간관계의 다양한 양상을 춤으로 그리는 작품이다. 공연은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LIG아트홀 합정, 5월 1일에는 LIG아트홀 부산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공연은 무용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차세대 무용가 대표주자들을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무대에 서는 이는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의 한국인 최초 무용수로 유명세를 치른 예효승과 LIG아트홀 레지던스 안무가로 활동 중인 류장현이다. 무용과 연극에서 무용수와 안무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금배섭은 이번에는 무대 뒤에서 이들 듀엣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1일 서울 이태원 부근에서 서로 같은 듯 다른 세 무용수와 만나 이번 신작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 무용수는 시종일관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가운데 무용에 대한 진지한 속내도 살짝 털어놨다.
   
◇<나는 사람입니다> 공동안무 작업 중인 류장현, 금배섭, 예효승(왼쪽부터).
 
-세 무용수의 조합이 신선하다. 원래 친분이 있었나?
 
▲(류장현)금배섭과는 모교가 같은 데다 작업을 같이한 적도 있다. 예효승의 경우 원래 친분이 있던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무용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서로 알고는 있었다. 평소에 예효승과 얼굴이나 무대에서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둘이 무대에서 만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됐다.
 
▲(예효승)둘과 작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깝지 않은 관계였다. 그래서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서로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 창작자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재미있다.
 
-공연을 하자는 아이디어는 누가 먼저 냈나?
 
▲(금배섭)류장현이 먼저 제안했다. 처음에는 류장현과 예효승 둘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떠오른 게, 이미지는 비슷한데 캐릭터는 좀 상반된 변호사와 검사였다. 그 당시 영화 <부러진 화살>을 봤었는데 이 둘과 어울릴 것 같았다. 남자 둘이 듀엣을 하니까 분명한 캐릭터를 갖고 가는 게 좋다고 봤고 아이디어를 냈더니 예효승도 좋다고 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예효승)금배섭과 류장현이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현재 그 주제를 우리 것으로 풀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한창 바쁘게 활동할 나이다. 시간 맞추기는 힘들지 않나? 연습은 어떻게 진행?
 
▲(금배섭)힘들다.
 
▲(류장현)일주일에 서너번 계속 만나고 있다.
   
-공연 연습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금배섭)아이디어 회의를 먼저 하고, 그 다음 아이디어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눠본다. 어떤 동작을 짜고 만든다기보다는 얘기를 주로 많이 한다. .
 
-금배섭은 왜 이번에 출연 안 하는지?
 
▲(금배섭) 한 명은 밖에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행히 제가 그 사람이 됐다(웃음). 얘기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회의를 하다보면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무대감독을 출연시켜라, (나보고) 잠깐 나와서 뭘 해라' 이런 얘기를 한다. 하지만 밖에서 누가 봐야 한다.
 
-아무래도 금배섭이 둘에게 지적을 많이 하겠다.
 
▲(류장현)그렇다. 금배섭이 보고 있고 나는 무대에서 노는데, 노는 걸 지적 당한다(웃음). '더 놀아라' 하기도 하고, 제지하기도 한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막아준다.
 
-이번 공연은 법정재판 형식으로 꾸며진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맡은 역할이 있나?
 
▲(류장현)나는 변호사다. 사람을 변호한다. 예효승은 검사를 맡는다.
 
-범인이 아니고(웃음)?
 
▲(류장현)가만히 있으면 둘 다 죄수라고들 한다.
(금배섭)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보다는 '저 사람 변호사인 것 같다, 검사인 것 같다' 이런 정도로 표현한다.
 
-서로를 볼 때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다면?
 
▲(금배섭) 같은 거는…남자라는 것이다(웃음). 그리고 작업을 좋아한다는 것도 같다. 유머코드도 비슷하긴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류장현의 경우 순발력이나 재치가 확실히 뛰어나 부럽다. 셋 중에서 막내인데 말도 재미 있게 하면서 진정성도 있다. 예효승은 확실히 나이가 더 있어서 그런지 생각을 더 하는 것 같다. 또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작업에 접근하는 마음이나 몸이 조금 다른 게 있긴 하다. 외국적인 것, 한국적인 것 모두 갖고 있다.
 
▲(류장현) 보시다시피 내가 제일 어리다. 같은 점은 사람이라는 것?(웃음) 셋이 만나면 재미있다. 둘을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질투는 나지 않는다. 형 동생 사이라 그런지 삶의 통찰력 같은 것을 많이 배우고 있다.
 
▲(예효승) 모두가 동등한 입장이다. 부럽다기보다는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 류장현과 금배섭 모두 무용뿐만 아니라 연극, 미술, 음악, 영화 등 타분야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안무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취미처럼 늘 해왔던 것 같아 배울 점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공연에 대해 관객에게 소개한다면? 관객이 이 작품을 어떻게 봤으면 하나?
 
▲(류장현)재판형식을 통해 사람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공연이다. 답이 없는 것에 질문을 던지려 한다. 주변 사람이나 나에 대한 인식, 사회를 보는 인식 같은 것들… 근데 그것까지 갈 수 있을까?(웃음) 어쨌든 관객이 '비슷비슷한 공연들 중에 이건 좀 다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 공연을 통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면 최고이지 않을까?
 
▲(금배섭)공연을 보고 '내가 혹시 저런 일을 했을까, 저런 적이 있었나,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강요한 적은 없었을까'하는 생각에 이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효승)보는 것은 관객 본인들의 몫이나 바람이 있다면 이번 공연을 어느 장르의 퍼포먼스로 보지 말고 이야기가 있는 무대로 봐줬으면 한다. 요즘 융복합공연이 많지 않나.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다. 무용이 주가 되긴 하지만 다른 해석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금배섭)지난해 <그게 아닌데>에 이어 연극 안무를 또 맡았다. 현재 <칼집 속에 아버지>의 안무 작업을 하고 있다.
 
▲(류장현)이번 공연이 신작이기 때문에 결과물이 어땠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죽으면 같이 죽고 살면 같이 사는 거다(웃음). LIG아트홀 레지던스 작가로 계속 활동한다. 7월 초에 작년에 했던 작품 <갓 잡아 올린 춤>으로 8~10일 정도 장기공연을 할 예정이다.
 
▲(예효승)이 공연이 계속 진행됐으면 하는 게 우리 바람이다. 이 작품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레퍼토리화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면서 각자 맡고 있는 안무나 연출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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