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공연 전 극장 로비에서 안무가와 관객들이 함께 모여 다과를 나눈다. 로비 한 구석에는 공연 준비 과정이 담긴 사진을 전시 중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국내안무가 초청공연 <홍승엽의 댄스살롱>의 공연 전 풍경은 꽤나 이채롭다. 공연장에 발걸음 한 관객은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숨겨진 이야기, 극장의 속살까지 만나게 된다.
"저는 이렇게 비가 조금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간단한 다과를 즐긴 후 극장에 들어서니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홍승엽이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공연이 시작되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홍 감독은 안무가를 무대에 불러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어 무대에서는 김정은의 <쓰리(Three)>, 박근태의 <아이 위시(I wish…)>, 송주원의 <환.각(幻.刻)>, 안영준의 <카니발, 카니발(Carnival, Cannibal)> 등 총 4개의 작품이 공연된다. 작품 중간중간 홍 감독과 안무가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덕분에 공연감상이 훨씬 수월하다.
<쓰리(Three)>(사진 위)는 소리, 색상, 오브제, 무용수 움직임을 통해 빚어지는 경쾌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이 위시(I wish…)>에서는 질펀한 사투리 대사를 무용과 엮어나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환.각(幻.刻)>(사진 아래)의 경우 머리카락이라는 오브제와 무용수의 몸을 활용해 어두운 기억의 깊은 흡인력을 탐구한다. <카니발, 카니발(Carnival, Cannibal)>은 난이도 있는 아크로바틱 동작을 십분 활용해 정글 같은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작품이다.
공연에서는 무대전환 현장마저 관객에게 고스란히 공개한다. 스태프들이 무대를 치우는 동안 홍 감독은 현대무용에 대해 한바탕 '수다'를 떤다. "'어렵다, 쉽다'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이 된다, 안 된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던가 "작품이 예술가의 몫이라면, 공연의 완성은 관객의 몫"이라는 그의 말에서 현대무용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가 읽힌다.
현대무용 작품 4편과 더불어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의 묘미, 극장의 매력까지 선보이는 국립현대무용단의 <홍승엽의 댄스살롱>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