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매년 우수한 해외 레퍼토리를 선정해 기획전을 여는 게릴라극장이 올해는 서양연극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극을 선택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인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 3부작'이 6일부터 30일까지 게릴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희단거리패가 제작하는 이 공연은 이제까지 요약되고 생략된 원작의 장면을 살려내고자 장장 4시간 동안 1·2·3부를 모두 공연할 예정이다. 공연기간 중 화요일과 목요일은 1부, 수요일과 금요일은 2·3부를 연속공연하고 주말에는 1·2·3부를 연속 공연하는 식이다. 공연팀은 스토리텔링이나 미장센보다는 각 인물의 입장과 심리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인식의 연극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전쟁 영웅 아가멤논과 부인 클리테메스트라의 팽팽한 심리전, 남편을 도끼로 쳐죽이는 클리테메스트라와 시민들의 설전이 돋보이는 1부 <아가멤논>에서는 말의 연극성을 극대화한다.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에서는 여자 코러스와 함께 제사를 지내온 엘렉트라, 어머니인 클리테메스트라를 살해했다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오레스테스가 등장해 제사의식과 행위가 강조된 연극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제사의식이 인간 내면의 복수심을 증폭시키고 행동으로 이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지막 3부 <자비로운 여신들>에서는 복수의 여신들에게 시달리는 오레스테스와 클리테메스트라의 복수를 실현하려는 복수의 여신들의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진다. 양측은 관객들을 배심원으로 상정하며 공연장을 하나의 큰 재판장이자 토론장으로 만든다. 토론 과정은 치유와 화해의 씻김으로 이어지고 대단원의 막이 내리게 된다.
이번 '오레스테스 3부작'은 우리극연구소 출신의 연희단거리패 대표배우인 김소희, 김미숙, 이승헌이 공동연출하고 출연할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이 밖에 홍미수, 배보람, 김철영 등 연희단거리패의 중견단원, 올해 처음 훈련 받은 20기들이 주역으로 나서 우리극연구소 20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자료제공=게릴라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