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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연극인, 아시아의 이름으로 만나다
한·일 합작연극 <아시아 온천> 기자간담회
입력 : 2013-06-10 오후 8:03:58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예술의전당과 국립극단,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이 세 번째 공동제작 연극을 만들었다. 정의신 작, 손진책 연출의 신작 연극 <아시아 온천>이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2013 예술의전당 토월연극시리즈'의 일환으로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정의신 작가의 <푸르고 아름다운 아시아>를 모티브로 삼아 재창작된 <아시아 온천>은 한국 공연에 앞서 지난 5월 10일부터 5월 26일까지 일본 신국립극장 중극장에서 공연됐다. 5월 공연 당시 양국 배우들은 넘치는 에너지, 관객석까지 아우르는 열린 무대 형식, 폭발력 있는 라이브 연주를 바탕으로 전회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열린 연극이라는 형태가 한국 관객에게는 익숙하지만 사실 일본 배우나 관객에게는 익숙한 장르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 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일관계에서 서로 간 미묘한 온도 차가 있지만 연극인들은 연극을 통해 간극을 상당히 메워 왔다"면서 "두 나라가 합작한 연극을 잘 봐주시고, 새로운 경험으로 여기시길 바라며 제3, 제4, 제5의 한일합작 연극 또한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의신 작가는 "<야끼니쿠 드래곤(2008)>에 이어 한일 합작연극을 같은 자리에서 여러분께 선보이게 돼 정말 행복하다"면서 "<야끼니쿠 드래곤>처럼 이 작품이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정의신 작가, 배우 김진태, 가츠무라 마사노부, 성하가 참석해 공연에 대해 소개하고, 한일 합작으로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꼈던 장점과 애로사항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다음은 참석자들과 기자 간 일문일답.
 
-정의신 작가는 한일 양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데 한국 관객이 정의신 작품의 어떤 면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
 
▲(정의신)내가 쓰는 작품은 대부분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가족에 대한 사랑, 형제에 대한 사랑을 많이 다루는데 한일 양 국민 여러분이 그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 그 점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연출가와 일본 작가가 함께 했는데 연극적인 부분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고 보나?
 
▲(손진책)사실 이번 연극이 굉장히 힘들었다. 열린 연극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처음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연 회의를 하러 재작년 일본에 갔을 때는 대지진이 났을 때라 일본 사회가 굉장히 침울하고 가라앉아 있었다. 이런 때에 한일 연극인들이 연극을 함께 만들면서 어떻게 해야 이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래서 마당극은 아니지만 열린 연극, 축제 분위기의 연극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점에 대해 일본 측도 좋게 받아 들였었는데 실제로 부딪쳐보니 축제극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했다.
 
정의신 작가와는 극단 미추 작업도 많이 했기 때문에 사실 함께 작업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나온 대본은 사실주의 연극 대본이었다. 그 대본을 열린 연극 구조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의신 작가가 생각하는 연극기호와 내가 생각하는 연극기호가 굉장히 많이 차이 났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열린 연극의 형태와 사실주의 연극이 부딪치면서 제3의 연극형식이 생긴 셈이다(웃음). 배우들의 고생도 빼놓을 수 없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
 
또 일본은 연습과정이나 스태프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우리는 즉흥적인 면이 많다. 일본에서 작업할 때 잘 짜인 시스템이 때론 거추장스럽기도 했다(웃음). 물론 서로 다른 차이들이 부딪히면서 플러스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에 동물 이름을 붙인 이유는?
 
▲(정의신)한국도 일본도 아닌, 가공의 섬이라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배역이름을 다 동물 이름으로 지었다. 처음에는 동물 이름의 배역이 두 세 명만 있었는데 손진책 연출가와 상의한 끝에 외지인인 두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 모두를 동물 이름으로 하는 게 가공의 섬 느낌을 더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지었다.
 
-배우들이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 남아 있는데 이유는?
 
▲(손진책)마당극, 열린 연극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 환상이 아니라 배우들이 만들어 가는 연극입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만들었다. 브레히트의 이화효과와도 관련이 있다. '현장에서 배우가 연극을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니 연극을 극적 환상으로 보지 말고 현실인 줄 알고 보십시오'라는 뜻이다.
 
-관객 입장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들으니 이질감이 느껴졌다. 배우들이 느끼는 이질감은 더 컸을 것 같은데?
 
▲(김진태)연극이라는 것 자체가 순간 예술이라고도 하지 않나. 무대에서 배우들끼리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면서 연습 이외에 공연장에서 나오는 순간적 반응들이 있다. 그런데 언어 때문에 처음에 고민을 좀 했다. 피차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니 즉흥적인 면이 반사신경처럼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흥성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일본 배우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줘서 처음의 걱정과 우려에 비해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가츠무라 마사노부)일본의 양식적인 스타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전통예술에 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도 즉흥적인 스타일의 연기방법은 많이 있다. 손진책 연출가가 원한 연기 스타일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스스럼 없이 그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성하)한일 양국의 언어로 연극을 하는데 나는 한국말을 50%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상태다. 감정을 잡는 데 별다른 거슬림은 없었다. 또 연기를 한다는 게 감정만을 써서 하는 게 아니니까 마음에 걱정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의상과 가면이 특이하다. 의상과 가면을 통해 전달하려는 의도나 효과는 무엇이었나?
 
▲(손진책)작품의 제목이 <아시아 온천>인데 일본도, 한국도, 동남아도 아닌 '아시아 온천'이다. 이 작품이 아시아의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색깔과 모양, 천 소재에 이르기까지 의상 디자이너와 의논을 많이 했다. 디자이너 역시 어떤 국가에도 치우치지 않는 아시아 전통의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 가면 역시 특정한 색깔을 정하고 형태를 만들되 국가를 특정하지 않으려 했다. 음악의 경우 중간에 일본 민요도 나오고 굿에서 쓰이는 음악도 나오는데 다 새로 작곡한 곡이다. 전반적으로 너무 전통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적이면서도 한일을 넘어서는 보편적 특성을 갖고자 했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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