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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똑똑하고 유연한 고음악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 내한공연
입력 : 2013-06-19 오전 10:52:2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비발디의 ‘사계’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몇몇 곡만큼이나 대중에게 친숙한 클래식 음악이다. 음악에서 익숙함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친숙하지만 식상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쁘게도 영국의 대표적인 고음악 연주단체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이 연주하는 ‘사계’는 친숙하면서도 색달랐다. 명확하면서도 매끄럽고 독창적인 프레이징(선율을 자연스럽게 분할해서 정리하는 것)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현대악기 연주로 자주 접하던 ‘사계’를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한 덕분에 도리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첫날 내한공연의 주요 프로그램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였다. 곡 중 계절이 바뀔 때마다 소프라노 임선혜가 퍼셀의 세미 오페라 ‘요정 여왕’ A.629 중 소프라노 봄의 아리아와 춤곡 모음과 헨델의 오페라 ‘올란도’, ‘에치오’, ‘줄리오 체자레’의 아리아 등 계절과 관련된 가곡을 불러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진제공=공연기획사 빈체로)
 
첫 곡으로 선보인 사계 중 E장조 Op.8-1, ‘봄’에서부터 음의 강약을 한껏 살린 율동감 있는 연주가 돋보였다. 맑고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는 듯한 고음악 특유의 음색도 놓치지 않았다. 객원 악장으로 나선 파블로 베즈노슈크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강렬함과 섬세함의 양 극단을 유연하게 오가며 팀을 훌륭히 이끌었다. 고음악 연주이면서 거트현 대신 금속현을 사용했는데도 거부감이 없었다. 옛 모습을 존중하는 고음악의 정신을 담으면서도 어딘가 밝은 느낌이 가미된 공연이었다.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이라는 이름 그대로 학구적인 태도로 음악을 하면서도 자유로움을 놓치지 않는 연주단체의 모습은 공연 끝까지 이어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주단체의 명확한 해석이 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쾌감과 만족감을 선사했다. 지휘자 없이 악장의 리드 아래 공연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공연이었던 덕분에 도리어 연주자들 간 유기적이고 정교한 합주력과 더불어 끈끈한 유대감도 만끽할 수 있었다.
 
곡 해석과 별개로 귓가를 사로잡은 또 한가지 요소는 바로크 악기 연주법이었다. 여느 연주와 비브라토나 보잉이 확연히 달랐다. 음정을 따라간다는 느낌보다는 어느 순간 선율에 바이올린을 맡겨버리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특히 ‘사계’ 중 F장조, Op.8-3, ‘가을’에서 악장 파블로 베즈노슈크는 왼손의 비브라토, 오른손의 보잉 모두 양팔의 힘을 다 뺀듯한 느낌으로 연주했는데 특유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감탄을 자아냈다.
 
주로 저음과 화음을 담당하는 바로크 통주저음의 악기 구성도 매력적이었다. 더블베이스와 첼로, 아치류트, 하프시코드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군과 대조를 이뤄 음악의 입체성을 강화했다.
 
임선혜의 노래는 4개의 계절을 구분하는 효과를 내는 동시에 별개의 미니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각 곡마다 임선혜의 팔색조 같은 매력이 돋보였다. 이날 선보인 여러 곡 중 퍼셀의 오페라 ‘요정 여왕’ 중 소프라노 ‘봄’의 아리아 ‘보라, 밤의 여신마저 여기 왔도다’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가 하면,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자레’ 중 아리아 ‘폭풍 속에서’를 선보일 때는 클레오파트라의 강렬함을 유감없이 표현해내며 주목을 끌었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무려 세벌의 드레스를 갈아입으며 베테랑 오페라 가수다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첫날 음악회가 축제의 산뜻한 도입부였다면 19일 같은 장소에서 이어지는 공연은 퍼셀에서 코렐레,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가의 음악을 선보이며 축제 분위기의 절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올리니스트 파블로 베즈노슈크가 역시 악장으로 나서며 솔리스트로 바이올리니스트 보얀 치치치가 무대에 함께 오른다. 바로크 고전 명곡을 새롭게 만끽할 흔치 않은 기회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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