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간략할 간(簡), 다양할 다(多).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이름에는 포장 없는 간략하고 좋은 공연,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연출가까지도 배우를 겸직하고 있는 배우 중심 집단이라 그런지 하는 공연마다 특유의 생동감이 넘친다. 대체로 간결한 스토리라인과 무대장치를 바탕으로 하되 곳곳에 따뜻한 감수성, 재치있는 움직임을 꽉꽉 채워넣는다.
'간다'의 대표작으로는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그 자식 사랑했네> 등이 있다. 여기에 대표작 하나가 더 추가될 듯하다. 현재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나와 할아버지> 얘기다. '2013 남산희곡페스티벌'에서 낭독공연으로 시작된 이 작품은 본 공연 개막 후 평균 객석 점유율 100%라는 기록을 세우며 인기리에 상연 중이다.
이야기 틀거리는 간단하다. 작가 겸 연출가 겸 배우인 민준호가 자신과 할아버지 사이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마치 수필처럼 담백하게 그린다. 좋은 글을 쓰고 싶었던 작가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자신의 할아버지를 취재하게 된다.
손자 준희, 아니 작가는 뭔가 극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며 할머니 몰래 6.25 전쟁 통에 헤어졌던 옛 은인이자 정인을 찾아다니는 할아버지와 동행한다. 하지만 작가가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겉으로는 늘 투닥거리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서로를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등장인물은 할아버지, 할머니, 작가, 손자 준희, 이렇게 넷이다. 작가와 손자 준희는 동일인물이지만 두 명의 배우가 역할을 나누어 맡아 표현한다. 공연은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 사이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있다.
(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무대에는 작은 정육면체 박스 두 개, 직육면체 박스 하나가 놓여있는 바퀴 달린 수레 하나가 전부다. 공연은 이 수레 하나에 기대 자동차, 식당, 병원, 장례식장 등 변화무쌍한 공간을 표현해낸다. 정확히 말하면 공간을 창조해내는 것은 수레 주변을 맴도는 배우의 움직임과 소리다.
이야기 줄거리만 보면 담담하지만 공연의 모습은 무척이나 역동적이다. 마주치기만 하면 싸우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대체로 공손하지만 답답할 때는 성격 드러내는 손자 등 각 인물의 말투와 행동의 특징이 과장되어 표현돼 극의 재미를 더한다. 할머니와 작가의 경우 본래의 인물 외에 상황에 따라 일인 다역을 소화하며 감초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 보고 나면 등장인물인 할아버지의 바짓속 감춰진 의족과도 같은 공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6.25 전쟁의 상흔을 다루지만 할아버지의 호쾌하고 의연한 태도처럼 무겁지 않게, 담담하게, 은밀하게 담는다. '왜 꼭 연극에는 주제가 있어야 할까'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공연답게 극에는 뚜렷한 메시지 대신 분위기와 정서가 넘친다.
작·연출 민준호, 제작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출연 오용, 진선규, 정선아, 손지윤, 홍우진, 오의식, 이석, 양경원, 4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