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끝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최적의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차기 총리의 덕목으로 소통과 화합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보수를 넘어 극우 성향의 칼럼을 써온 전력이 있는 문 후보자가 전격 발탁돼서다.
특히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 당선 직후 "역사의 신" 운운하며 '박(朴)비어천가'를 불렀던 대목은 희대의 성추문으로 낙마한 뒤 은둔 중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연상시켜 우려를 자아낸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낙마한 뒤 세간에 언급된 총리 후보군 물망에 문 후보자의 이름은 없었던 점은 윤 전 대변인의 등장과 판박이다.
문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기자임에도 편파적 시각을 대변하던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깜짝 기용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망신만 당한 채 퇴장한 바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파고를 넘어 한숨을 돌린 박 대통령이 행정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를 총리로 앉히는 것이 언론에 보내는 모종의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권에 편향된 태도를 드러내면 언론인도 권력의 낙점을 받을 수 있다는 산증인이 윤 전 대변인과 문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도 민경욱 KBS 문화부장과 윤두현 YTN플러스 대표를 각각 청와대 대변인 및 홍보수석 후임에 임명하는 등 전현직을 막론하고 언론인을 중용하고 있다.
이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현직 언론인이 바로 청와대로 가는 것은 충분히 앞으로 언피아라는 단어가 생성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11일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더불어 문 후보자의 총리 내정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책임총리제 구현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문 후보자가 1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들에게 "책임총리 그런 것은 저는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말한 부분이 이러한 관측을 가능케한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 국정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문 후보자도 결국 정홍원 총리와 다르지 않은 '대독총리'에 머무를 전망이다.
아울러 문 후보자의 발탁 배경으로 지목되는 도덕성과 지역 안배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 부재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이미 김용준·안대희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인사 참사를 겪은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는 재산 형성 등 각종 도덕적 문제에서 만큼은 국민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을 거란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충북 청주 출신인 문 후보자를 지방선거 이후에 내정한 이유는 광역단체장 4곳 모두 야당을 선택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린 충청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원칙에 인사를 맞춘 게 아니라 상황에 인사를 맞춘 셈이다. 집권과 동시에 인사 참사로 곤욕을 치른 박 대통령이 아직도 인사검증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식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