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2010년 부임한 이탈리아의 체자레 프란델리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진출을 앞두고 "카테나치오는 지나간 과거"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특유의 수비 전술을 일컫는 카테나치오는 흔히 '빗장 수비'로 불리며 이탈리아 축구를 대변하는 수식어였다.
프란델리 감독은 "이제 경기에서 이기려면 단순히 수비만 해서는 안 되고 멋진 공격이 병행돼야 한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15일(한국시간) 잉글랜드와 브라질월드컵 첫 경기를 펼친 이탈리아는 프란델리 감독의 말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점유율에 신경 쓰며 후반 중반까지는 다양한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안드레아 피를로(35·유벤투스)만은 변치 않고 이탈리아의 경기를 지배했다.
그는 경기 내내 정확한 패스와 적절한 템포조절로 이탈리아의 모든 플레이의 시작점이 됐다. 특히 전반 35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유벤투스)가 터뜨린 선제골은 피를로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빛을 발했다.
피를로는 코너킥에서 페널티박스 오른쪽 바깥쪽 부근으로 이동하며 짧은 패스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공을 전혀 건들지 않고 그대로 흘려버리며 뒤에서 달려오는 마르키시오에게 완벽한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무회전 프리킥'을 선보였다. 골대와 30m 가까이 떨어진 거리에서 프리킥을 찬 피를로는 날아가다 뚝 떨어지는 무회전 프리킥으로 잉글랜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공은 골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가다 내려오며 크로스바를 때렸다. 잉글랜드 골키퍼 조 하트(맨체스터시티)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뒤늦게 고개를 돌려 공을 바라봤다.
◇이탈리아의 피를로(유벤투스)가 찬 '무회전 프리킥'에 잉글랜드의 조 하트(맨체스터시티) 골키퍼가 뒤늦게 반응하며 쳐다보고 있다.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다. (사진=로이터통신)
피를로의 이날 패스 성공률은 95%에 달했다. 쓸데없는 플레이도 전혀 없었다. 경기를 중계한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피를로가 경기를 지배했다"고 평했다.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을 갖춘 그는 이번이 3번째 월드컵 출전이다. 피를로는 자신의 첫 번째 월드컵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승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 또한 여전히 이번 브라질월드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한편 이탈리아는 오는 21일 코스타리카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