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 3월 한 축구 전문가는 논란이 된 박주영(아스널)의 축구대표팀 선발 여부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박주영을 뽑을 수도 있다. 그 이후 책임은 전적으로 홍명보 감독이 지는 것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월드컵에 데려갈 수 있다"면서 "다만 월드컵에서 첫 경기인 러시아전이 중요하다. 이때에도 박주영이 제 컨디션을 못 찾고 경기 감각이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면 빠른 선수 교체를 통한 결단과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시의 전망이 브라질월드컵에서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시선은 아직도 다른 듯하다. 여론이 바라보는 박주영과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왼쪽부터) 박주영과 알제리의 라피크 할리체. (사진=로이터통신)
홍명보 감독은 지난 18일 러시아전에서 전반 슈팅 0개에 그친 박주영을 후반 11분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고 박주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비 뒤를 파고드는 움직임이나 최전방부터의 수비 가담이 홍명보 감독의 눈에는 제대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축구 팬들과 대표팀을 성원하는 국민들에게 박주영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교체 투입된 이근호(상주상무)가 월드컵 첫 골을 기록하며 러시아와 무승부에 기여했다.
지난 23일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인 알제리와 경기에서도 박주영의 선발 출전은 계속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일부에서는 박주영의 과거 사례를 들어 '한 방'을 기대하기도 했다.
실제 박주영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본선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프리킥 골을 성공시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도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알제리전이 끝나자 박주영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실망으로 변했다. 알제리전에서도 박주영은 제대로 된 슈팅 하나 없이 후반 12분 교체돼 나왔다. 이때부터 여러 외신들 또한 홍명보 감독의 박주영 활용에 의문을 표했다.
모든 책임이 박주영에게 향할 수는 없지만 컨디션과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선수를 계속해서 고집한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확실히 커졌다.
27일 벨기에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도 홍명보 감독의 판단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를 앞둔 홍명보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알제리전에서도 박주영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벨기에전에서도 박주영이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 각각 박주영 대신 이근호와 김신욱(울산현대)이 들어갔을 때 대표팀의 공격이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근호는 1골 1도움을 올렸으며 김신욱은 높이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였다.
하지만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 이상의 공격수가 아직 없다는 판단이다. 그사이 1무1패의 성적을 거둔 대표팀의 16강 진출은 멀어졌다.
조 추첨 이후 "사상 첫 원정 8강을 기대한다"던 예측은 쏙 들어갔다.
대표팀은 확실한 16강 진출을 위해 잡아야했던 러시아전에서 1-1로 비겼다.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꺾어야했던 알제리전에서는 2-4로 졌다.
대표팀은 벨기에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골로 승리하고 러시아가 알제리에 1점 차 승리를 거둬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박주영에 대한 믿음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과연 실낱같은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의심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