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고 있는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 (사진=로이터통신)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브라질월드컵을 거치면서 '골키퍼 전성시대'가 열렸다.
월드컵 16강전 8경기 가운데 무려 5경기의 MOM(Man of the Match)을 골키퍼가 수상했다.
8강전 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 경기에서도 승부차기 가는 끝에 네덜란드가 승리를 챙겼지만 MOM은 코스타리카의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28·레반테)가 차지했다.
코스타리카는 이날 네덜란드의 일방적인 공격에 몰렸으나 나바스가 8개의 유효슈팅을 골문 밖으로 걷어내며 전 세계 축구팬들과 언론의 큰 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나바스는 "우리는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승부차기에서 졌지만 이건 패배가 아니다. 우리는 지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29·AC아작시오)는 이번 대회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월드컵 이후 가장 먼저 대형 클럽 이적이 확실시되는 선수로 꼽힌다. 오초아는 조별예선에서 브라질과 네덜란드를 상대로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였다.
오초아는 이미 소속팀과 계약도 끝났다. 자유계약선수로서 이적료가 없는 것도 오초아의 큰 장점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잉글랜드의 리버풀을 포함해 최대 20여 개의 클럽에서 오초아의 영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멕시코의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 (사진=로이터통신)
이미 아프리카 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던 나이지리아의 빈센트 엔예마(32·릴)도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엔예마는 조별예선까지 4경기에서 21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월드컵에서 엔예마의 활약에 웃음 지은 건 나이지리아 국민들과 함께 릴 구단 관계자다. 엔예마의 몸값이 더욱 치솟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팀 하워드(35·에버튼)와 브라질의 줄리우 세자르(35·퀸즈파크레인저스),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28·바이에른뮌헨), 벨기에의 티보 쿠르투아(22·아틀레티코마드리드) 등 익히 알려진 스타들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특히 하워드는 지난 2일 벨기에와 16강전에서 39개의 슈팅을 퍼부은 벨기에를 상대로 16개의 선방을 해냈다. 이는 월드컵 1경기 최다 선방으로 기록됐다. 미국은 연장 후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미국에 1-2로 졌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미디어의 눈길은 하워드로 향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하워드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다음 월드컵 출전은 분명하지 않지만 미국 유니폼을 입었던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다"고 극찬했다. 하워드는 이번 대회 16강까지 총 5경기에서 27개의 세이브를 기록해 현재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국내의 한 축구 관계자는 "매번 월드컵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고 그 가운데 골키퍼들도 이따금 주목을 받아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브라질월드컵만큼 많은 골키퍼가 관심을 받고 있는 대회도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선방 쇼'를 펼친 뒤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온 울산현대의 김승규. ⓒNews1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국내 K리그 클래식에서도 골키퍼들을 바라보는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축구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리를 놓고 경쟁한 정성룡(29·수원)과 김승규(24·울산)의 뜨거웠던 경쟁이 재차 골키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후반기 첫 경기부터 김영광(31·경남)과 김승규의 활약이 큰 관심을 받았다.
후반기를 앞두고 혹독하게 훈련했다는 김영광은 지난 5일 수원삼성과 경기에서 6개의 유효슈팅을 모두 걷어내 올 시즌 3번째 MOM에 선정됐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김승규도 지난 6일 성남FC와 경기에서 7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내는 '선방 쇼'를 이어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울산 조민국 감독은 "두 번이나 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막아냈다"고 김승규를 극찬했다.
상대 팀 성남의 이상윤 감독대행 또한 "축구에서 골키퍼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김승규가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