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경기 안산 단원고의 '세월호'참사 생존학생들이 이틀간에 걸친 도보행진 끝에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했다.
이들이 걸어오는 동안 한 낮의 더위는 내내 30도를 웃돌았다. 행군을 밥먹듯이 하는 군장병들도 버거운 날씨다.
그러나 그들을 움직인 것은 차디찬 바다에서 먼저 간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것밖에 없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지나던 시민들도 학생들의 모습에 눈물을 훔쳤다.
학생들은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마련을 '도보행진'이라는 작은 몸짓으로 촉구했지만 울림은 그 어떤 집회보다도 강했다.
학생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단촐한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서야 여야 양당 대표들이 특별법 마련을 위한 담판을 짓겠다며 부랴부랴 나섰다.
그러나 1차시도는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야당이 특별법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을 새누리당은 끝내 수용하지 못했다.
답을 내놓지 못하는 국회에 대해 '세월호 특별법' 마련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양당 대표들의 이날 회동을 담은 사진에서는 '세월호' 보다는 코 앞에 닥친 '7.30 재보선'의 그늘이 보인다.
이 정도면 초동 조치에 실패한 해경을 전격 해체한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법 처리 약속 이행에 실패한 국회도 해체해야 할 판이다. 물론 헌법적 근거가 없어 실현가능성은 없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지금도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며 진상규명을 위한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그 수단적 방법으로 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라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사권 부여는 가능하되 기소권 문제는 특검을 활용하는 차선책을 찾아보자는 입장이다. 제각각이다.
생때 같은 자식들을 먼저 보낸 유가족들로서는 귀를 닫은 새누리당이 야속하면서도, 정치력 실종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무기력한 제1야당 또한 미운 상황이다.
밤샘 협상으로 끝을 보겠다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것이 국회가 할 일이다.
오늘 국회 담벼락에 친구들을 위한 깃발만 걸고 가만히 돌아간 단원고 학생들도 이를 알고 있다.
법안 처리를 약속한 마지막 날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여야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들을 믿고 돌아간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이제는 더 이상 "가만 있으라"고 말 할 수 없다. 국회도, 정치도 '대개조'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