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태국이 상대 전력에서 한 수 위로 평가되는 한국을 만나 패했지만 '한 번 이겨보겠다'는 열의만큼은 운동장을 뜨겁게 달궜다.
태국은 30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 한국과 경기에서 0-2로 졌다. 이광종 감독이 이끈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몰아쳐 객관적인 전력 차를 결과로 입증했다.
태국은 이날 한국전까지 대회 5경기(8강)에서 16골을 넣고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철통수비'를 자랑했으나 첫 실점과 함께 금빛 질주도 멈췄다.
◇30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태국의 인천아시안게임 4강전 경기 모습. ⓒNews1
하지만 태국이 선보인 승리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태도는 본보기가 됐다.
태국은 후반 초반부터 일찌감치 교체 카드 3장을 모두 쓰며 강하게 한국을 몰아쳤다. 한국 김승규(울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태국은 충분히 만회골을 넣을 기회도 몇 차례 잡았다. 한국은 82분 이재성(전북)을 빼고 최성근(사간도스)을 넣어 '스리백'으로 수비를 강화해야만 했다.
한국의 이광종 감독도 태국 취재진이 자국 선수들에 관해 묻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경기 후 이광종 감독은 "아시아 축구는 동남아나 중동이 많이 발전하고 있다. 오늘 태국 몇몇 선수들도 한국 선수보다 앞서는 선수들이 있었다"며 "그런 선수가 많아질수록 앞으로 한국과 경쟁해 볼 수도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밀한 전술과 축구의 기본인 공수 간격 유지 등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1990 베이징, 1998 방콕, 2002 부산에서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한 이후 가장 강한 전력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태국 축구의 성장으로는 태국프리미어리그(TPL)가 배경으로 꼽힌다.
1996년부터 시작해 20개 팀이 참가하고 있는 TPL을 포함해 태국은 3부 리그까지 축구 열기가 뜨거운 국가다. 태국 선수단 관계자 말로는 태국 하면 떠오르던 '국민 스포츠' 무예타이도 이제는 축구에게 자리를 내줬다. 실제 태국축구협회는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 축구 금메달을 딸 경우 상금 170만 달러(약 17억5000만 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잉글랜드 축구의 영향도 받았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레전드' 출신인 브라이언 롭슨 감독이 2009년 9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는 후두암 때문에 지휘봉을 내려놓기 전까지 태국 축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힌다.
태국의 키아티삭 세나무앙 감독은 한국전 직후 태국 축구의 '성장'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승리를 축하한다. 이렇게 한국과 같은 강한 팀과 싸울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면서 "이만큼 올라온 것도 성공적이다. 아시안게임에 오는 모든 팀이 좋은 팀이라 우리의 수준을 높일 좋은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세나무앙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98 방콕 대회 8강전에서 한국을 2-1로 꺾을 당시 동점골을 넣어 국내 축구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태국 축구대표팀의 키아티삭 세나무앙 감독. (사진=임정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