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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슈틸리케호에 2018년을 새기자
입력 : 2014-10-09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오는 10일 축구대표팀이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치른다. 14일에는 코스타리카와 맞붙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으로 대표팀을 이끈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정을 되돌아보자. 브라질월드컵 부진 이후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기술위원회를 향한 비판이 거셌다. 그러자 이용수 위원장이 지난 7월 다시 일선에 복귀했다.
 
이 위원장은 첫 번째 과업으로 감독 선임을 정하고 지난 9월에서야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과 계약했다. 중간에 여러 감독이 물망에 오르고 심지어 판 마르바이크(네덜란드) 감독과는 계약 직전에 틀어지기까지 했다.
 
◇지난달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수원삼성과 울산현대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왼쪽)과 대한축구협회의 이용수 기술위원장. ⓒNews1
 
실질적으로 외국인 감독 선임에는 20억 원이 넘는 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연봉에 코칭스태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비, 차량 지원, 통신비 등을 합해야 한다. 여기에 팬들의 눈높이까지 따지면 데려올 수 있는 감독은 몇 안 된다. 팀을 맡으려는 의지와 한국 축구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돈으로 측정하기 힘든 능력까지 팬들은 원한다.
 
그렇게 두 달간의 노력 끝에 겨우 얻은 감독이 슈틸리케 감독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다. 이미 여러 차례 해외 언론에 보도됐듯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마지막 감독 생활을 한국에서 끝내려 한다. 자연히 '한국을 발판으로 더 좋은 경력을 이어가겠다'는 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전 경기를 현장에서 봤다. 축구협회의 공식 일정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K리그와 각종 국내 경기 현장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슈틸리케를 바라보는 이들의 초심이다. 항상 월드컵이나 큰 대회 직후 지적되는 게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임 기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짧다.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게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던 사람들도 "홍 감독이 1년여밖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주장에는 사실 대꾸할 말이 별로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보고 임명한 감독이다. 게다가 대표팀만이 아닌 한국 축구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감독으로 그를 데려온 것이다. 연봉과 여러 사항을 고려해 데려온 최고 수준이다. 한국에 이미 히딩크 감독 신화를 이끌었던 이용수 위원장이 데려왔다는 점에서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들 첫 훈련을 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긴 호흡이 필요하다. 월드컵까지 슈틸리케호는 상승과 추락을 반복할 것이다. 팀은 매번 성장하지는 못한다. 팀 경기력이 무조건 정비례 그래프를 그리는 일도 없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실험이 필요하고 때론 실패하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씩 올라선다.
 
어떤 것이 성공이고 어떤 것이 실패인지 당장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게 보인다면 히딩크 감독이 초창기에 0-5 패배를 거듭할 때 '오대영'이란 씁쓸한 별명이 따르진 않았을 것이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목표치를 이루지 못했다면 그건 실패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히딩크호는 '오대영'의 수치를 겪으면서도 한 단계씩 발전했다. 돌이켜보면 그건 성급하게 실패로 떠들었을 일이 아니라 성공으로 봐야 했던 순간이었다.
 
마찬가지다.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약속하고 데려왔다. 오로지 그때의 성적만이 실패와 성공을 논할 수 있는 기준이다. 각종 평가전과 내년 1월 아시안컵을 넘어 2년 뒤 혹은 3년 뒤의 평가전 모습은 아무도 그게 성공인지 실패인지 평가할 수 없다.
 
특히 아시안컵을 놓고 '슈틸리케의 첫 시험 무대'라는 표현을 제일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최근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 1956년과 1960년 두 번의 우승 경험이 전부다. 한국이란 생소한 나라에 와서 불과 몇 달도 안 된 슈틸리케 감독에게 이 대회 정상을 바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게다가 브라질월드컵에서 상승세를 탄 상황도 아니고 이제 겨우 팀을 추스른 모양새다.
 
슈틸리케호에 2018년을 굳게 새겨야 한다. 그때까지는 어떤 흔들림 없이 맡겨야 한다. 지금 한국 축구가 가진 조건 속에서 데려올 수 있는 외국인 감독도 많지 않다. 이번만큼은 월드컵에 앞서 '연속성' 있는 감독을 봤으면 한다.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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