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기성용. ⓒNews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한국 축구에 최소 두 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늘고 있다.
과거 유상철(울산대) 감독이 최후방 수비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해 원조 멀티플레이어로 불리며 그 희소성을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이런 역할을 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는 박주호(마인츠), 기성용(스완지시티), 김민우(사간도스), 장현수(광저우부리)가 꼽힌다.
박주호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왼쪽 풀백이 아닌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박주호는 소속팀에서 이따금 미드필더로 출전해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했는데 이런 성과를 인정받았다. 운동장 가운데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득점까지 올리는 등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결국 박주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다. 앞으로 걱정 없이 유럽 생활을 이어가 몸값이 더욱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성용은 가운데 포지션을 중심으로 수시로 위치를 바꿨다. 기성용은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지난달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전반에는 스리백의 중앙 수비를 맡았다. 후반에는 본래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했다. 경기 막판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뛰며 공중볼 다툼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경기 후 자신도 "축구 선수 생활 이후 가장 많은 헤딩을 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에도 기성용의 이런 포지션 변화는 지속하 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 14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도중 측면으로 자주 움직이는 전술적 변화도 보였다.
김민우는 최근 발견한 자원이다. 코스타리카전과 앞서 10일 파라과이전에서 김민우는 왼쪽 공격 날개와 왼쪽 풀백을 모두 소화했다.
파라과이전에서 김민우는 자신의 A매치 첫 골까지 신고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첫 골을 안기며 '슈틸리케의 황태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빠른 발을 강점으로 한 김민우는 새로운 '스타 탄생'의 길목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장현수. ⓒNews1
장현수는 수비수에서 한 자리 올라간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이자 수비수로 출전한 장현수는 '대회 무실점'을 이끌며 차세대 수비수로 주가를 높였다.
그런데 이번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중용됐다. 지난 파라과이전에서 장현수는 기성용의 파트너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기성용이 다소 공격적인 역할에 집중할 동안 장현수는 수비와 미드필더의 연결고리로 뛰며 간격 유지에 힘썼다.
이러한 멀티형 선수들의 등장은 전술적 유연함을 가져다준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경기장과 대학 경기를 세세히 돌며 새로운 선수 발굴에 힘쓰고 있다. 상황에 따라 포지션 변화와 틀에 맞는 다양한 짜임새를 짜는 데 멀티형 선수의 활용이 높아질 전망이다.
또 선수 개인에겐 운동장 전체를 바라보는 기량 향상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유소년 축구 관계자는 "최근에는 유소년 선수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일부러라도 가르친다"면서 "프로 선수들이라 다양한 포지션 경험이 눈에 띄는 기량 향상으로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지만 축구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