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2시즌 연속 모비스에 당한 SK가 올해는 그 아픔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중반에 돌입한 가운데 1위 울산 모비스(11일 기준·20승4패)가 선두를 굳건히 달리고 있다.
모비스를 뛰어넘어야만 하는 서울 SK(2위·20승4패)가 2.5경기 차이로 그 뒤를 뒤쫓고 있다.
최근 모비스와 SK의 맞대결은 가장 이야깃거리가 많은 경기다. '뛰는 SK 위에 나는 모비스'로 요약된다.
중하위권 팀으로 분류되며 6강 플레이오프와도 인연이 없던 SK는 2012-2013시즌부터 강팀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모비스는 SK의 발목을 잡았다.
모비스는 2009-2010시즌 통합우승(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동시 우승) 이후 2012-2013시즌부터 다시 상위권에 진입하기 시작해 SK를 막아섰다.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국내 최고 감독으로 꼽히며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다. SK라고 특별히 신경 쓰거나 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SK의 문경은 감독은 자신의 꿈인 통합우승을 이루려면 모비스를 꼭 넘어야 할 팀으로 보고 있다. 김선형을 비롯한 SK 선수들 또한 "모비스를 만나면 더 집중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왼쪽)과 서울 SK의 김선형. (사진=KBL)
모비스와 SK의 물고 물리는 인연은 2012-2013시즌부터 시작됐다. 그해 시즌 SK는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김선형을 앞세워 44승10패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구단 역사상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특히 SK가 따낸 44승은 2011-2012시즌 원주 동부가 세운 한 시즌 팀 최다승과 같은 승수였다.
우승 후보로 불리던 모비스는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유재학 감독은 감독 최다승 기록을 425승으로 늘렸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2위(41승13패)로 시즌을 마감한 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만 노렸다. 그들에겐 '명문구단'이라는 자부심과 큰 경기에 강하다는 '노련함'이 큰 무기였다.
결국 농구계의 예상대로 두 팀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다.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시리즈 전적 3-0으로 완파하며 SK를 기다렸다. SK도 안양 KGC인삼공사를 3-1로 물리치며 정규리그 1위의 위력을 과시했다.
SK는 사상 첫 통합우승을 눈앞에 둔 셈이었다. 그들은 청주를 연고지로 한 1999-2000시즌에 서장훈과 조상현을 앞세워 우승한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모비스는 SK를 철저히 틀어막았다. 단기전에서 상대팀을 꿰뚫는 유재학 감독의 전술과,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모비스 선수들의 경기력이 빛났다. SK의 주득점원이던 애런 헤인즈는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평균 11.8득점에 그쳤다. 문경은 감독과 SK 선수단은 이러한 모비스의 경기 운영에 꽁꽁 막혔다.
결국 SK는 시리즈전적 0-4로 완전히 무너졌다. 다소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 쏟아졌다. 모비스는 통산 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양동근은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챔피언결정전 MVP가 됐다. SK는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 두고 빈손으로 코트를 떠나야 했다.
◇양동근(왼쪽)과 유재학 감독. (사진=KBL)
지난 시즌 SK는 또다시 모비스에 막혀 3위(37승17패)로 시즌을 마쳤다. 정규리그 우승은 창원 LG(40승14패)가 차지했지만 SK를 잡은 것은 역시 모비스였다. 모비스는 40승14패로 LG와 같은 승수를 쌓았지만 공방률에서 밀려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SK는 직전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잊으려는 듯 정규리그 초반부터 거침없이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모비스의 추격이 이어지고 그 가운데 이번엔 전력이 급상승한 LG가 두 팀 사이에 끼어들었다. 김시래, 조상열, 문태종, 김영환, 김종규, 데이본 제퍼슨, 크리스 메시 등이 버틴 LG는 SK와 모비스의 양강 구도를 깨트렸다. 프로농구의 '삼국지'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던 도중 SK는 시즌 중반 애런 헤인즈가 김민구(KCC)를 고의로 밀어 넘어뜨리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SK는 많은 비판을 받는 동시에 성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결국 5라운드 중반까지 선두 싸움에 한창이던 SK는 6라운드 중반 3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SK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큰 목표가 남아있었다. 특히 모비스에 완패한 아픔을 이제는 뒤엎을 수 있다는 선수들의 자신감도 있었다. 이미 정규리그에서 SK는 모비스를 6번 만나 4번이나 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SK와 모비스가 만난 4강 플레이오프의 승자는 이번에도 모비스였다. 모비스는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SK를 체력과 경험에서 압도했다.
모비스는 양동근, 함지훈, 문태영 등 주전 대부분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1차전을 낙승했다. 주희정의 3점슛이 터진 SK에 2차전을 내주긴 했으나 문태영과 함지훈의 활약으로 3~4차전을 가져갔다. SK는 2년 연속으로 단기전에서 모비스에 당하며 씁쓸하게 돌아섰다. SK에겐 모비스가 큰 벽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규리그 우승팀인 LG를 꺾으며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성과도 쌓았다.
◇문경은 감독과 SK 선수단. (사진=KBL)
이번 시즌에도 SK와 모비스는 별다른 선수 변화 없이 시즌에 임하고 있다. 문경은 감독은 "전력보강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오히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의 조직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모비스의 선두 질주는 매우 끈끈한 팀 조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모비스는 올 시즌전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이 농구대표팀에 차출돼 사실상 시즌 준비를 못했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해오던 농구를 그대로 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SK는 다시 한 번 모비스의 끈끈함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이번 시즌 SK는 모비스와 두 번 만나 1승씩을 했다. 두 팀은 오는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올 시즌 3번째 맞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