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이승현(22·오리온스)과 김준일(22·삼성)이 불꽃 튀는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그 방법은 확연히 달라 눈길을 끈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이승현이 변화의 길을 택했지만 전체 2순위의 김준일은 본연의 장점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노선을 정했다.
◇자리 싸움을 하고 있는 이승현(오른쪽)과 김준일. (사진=KBL)
고려대에서 '두목 호랑이'로 불리던 이승현은 강한 힘과 한 수 위의 골밑 기술로 골밑을 지배했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부터 변화를 모색했다. 2013 아시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예비 명단까지 들었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도 그는 농구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낙마해 두 번이나 태극마크 앞에서 돌아선 아쉬움을 맛봤다.
당시 "제가 못해서 그렇다"라고 태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이승현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뒤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197cm라는 다소 애매할 수 있는 신장을 만회하기 위해 3점슛을 연습했다. 대표팀에서 유재학 감독의 지시에 따라 기존의 파워포워드가 아닌 스몰포워드 연습을 한 것이 이승현의 의욕을 깨운 시작점이 됐다.
이승현은 대학 3년 동안 7개 시도에 불과했던 3점슛 시도를 늘렸다. 4학년 때부터는 3점슛을 던지는 이승현을 볼 수 있었다. 지난 4월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2014 대학농구리그 연세대와 경기에서도 이승현은 자신 있게 3점슛을 던져 현장을 찾은 몇몇 프로농구 감독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당시 경기를 지켜본 박건연 MBC 해설위원은 이승현에 대해 "신장은 전혀 관계없는 선수다. 프로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어차피 5번(센터)으로 뛰는 선수가 아니다. 슛과 몸싸움 모두 좋으므로 (프로에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극찬했다.
이승현은 현재 27경기에 출전해 평균 1.3개의 3점슛을 터뜨렸다. 49.3%의 3점슛 성공률은 전문 슈터인 허일영(오리온스)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리바운드 다툼하는 이승현(오른쪽)과 김준일. (사진=KBL)
연세대에서 비교적 늦게 기량을 꽃피운 김준일은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201cm의 키에 기동력도 준수했으며 몸싸움에도 능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주전 센터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였다.
프로 데뷔에 앞서 15kg을 감량한 김준일은 예전과 같이 힘으로만 공격을 풀지 않았다. 수비수 무게 중심을 이용해 골밑을 공략했다. 특히 김준일이 골대를 등지고 왼쪽 45도 부근에서 공을 잡아 풀어가는 공격은 삼성의 주요 공격 옵션이 됐다.
국내 선수 전체 2위에 해당하는 평균 13.5득점의 기록과 54.5%에 달하는 야투성공률(전체 5위)은 김준일의 확실한 골밑 공격력을 증명하고 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김준일에게 더욱 적극적인 수비를 주문하고 있지만 공격력만큼은 합격점을 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와도 당당히 1대1 공격을 하는 모습은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를 넘어 '정상급 국내 센터'라는 수식어가 달릴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김태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김준일을 두고 "팀 성적 때문에 오세근(KGC인삼공사)의 신인 시절보다 다소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충분히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