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이청용(26·볼턴)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이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던 이청용은 최근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역할을 바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0월 부임한 볼턴의 닐 레논 감독은 이청용을 중앙에 배치해 그의 변화를 이끌었다.
◇볼턴의 닐 레논 감독. (사진=볼턴 홈페이지)
레논 감독은 볼턴 지휘봉을 잡은 직후 볼턴 지역지 '볼턴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청용은 좋은 플레이를 하는 뛰어난 선수지만 공격 포인트가 부족하다"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레논 감독의 변화는 거친 몸싸움과 스피드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측면보다는 중앙에 이청용을 세우는 것이었다.
전임 더기 프리드먼 감독이 이따금 이청용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한 적은 있으나 어디까지나 제2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레논 감독은 아예 이청용을 중앙 미드필더로 분류한 듯하다.
그의 전술은 일단 성공하고 있다. 지난 6월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부침을 겪은 이청용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이청용은 올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21경기에 출전해 3골 3도움을 올렸는데 3골이 모두 레논 감독 부임 이후 최근 11경기에서 나온 골이다. 83.8%의 패스 성공률도 이청용의 살아난 발끝 감각을 증명하고 있다.
레논 감독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스코틀랜드의 셀틱에서 뛰던 시절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셀틱을 4년간 이끌며 3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컵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수준 높은 선수 파악과 지도력을 갖춘 감독으로 꼽힌다.
◇이청용(왼쪽)과 손흥민. ⓒNews1
팀 동료들도 이청용의 변신과 활약에 만족하는 눈치다.
볼턴의 수비수이자 부주장인 맷 밀스는 지난달 볼턴뉴스와 인터뷰에서 "레논 감독이 온 이후 이청용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었다"며 "중앙 미드필더는 이청용에게 딱 맞는다. 이청용은 중앙에서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다닌다. 그가 공을 몰다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진을 파고들면 눈부시게 빛난다"고 밝혔다.
볼턴의 공격수 대런 프래틀리는 아예 이청용을 팀 내 최고 선수로 꼽았다.
그는 지난 23일 영국 '바이탈 풋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볼턴에서 올해 최고의 선수는 이청용"이라고 평했다. 그러자 이 매체도 "프래틀리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청용은 훌륭한 기술과 빠른 발을 이용하는 놀라운 선수"라며 "이청용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비중 있는 선수다. 1월 아시안컵으로 잠시 팀을 떠나는데 볼턴의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축구대표팀에서도 이청용을 중앙에서 활용한 적이 있다. 가장 최근은 지난 9월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이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 공석이 상황에서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코치는 이청용을 이명주(알아인)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세웠다. 4-1-2-3 포메이션에서 이청용은 손흥민, 조영철, 이동국(전북현대)으로 이뤄진 앞선 3명의 공격수를 지원했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이청용은 중앙에만 머물지 않고 이따금 오른쪽으로 파고들기도 했다. 후반에는 다시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해 전술 변화의 핵심적인 부분도 차지했다.
이 때문에 시선은 슈틸리케 감독으로 쏠린다. 줄곧 2개 이상의 포지션 소화를 요구하던 슈틸리케 감독이 이청용을 중앙과 측면 모두에서 활용할 가능성은 높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지금 축구대표팀 공격의 핵심 줄기는 왼쪽에서 뛰는 손흥민(레버쿠젠)이다. 여기에 조영철(카타르SC)과 이근호(엘자이시)가 중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최전방에서 힘으로 버텨주는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이를 고려해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상주상무)을 깜짝 발탁했는데 성공 가능성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결국 가짜 공격수로 불리는 '제로톱' 전술이 대표팀의 큰 전술적 토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슈틸리케 감독 또한 이 부분을 누차 강조해왔다.
이 경우 이청용의 중앙 이동은 충분히 하나의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중앙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며 손흥민과 수시로 자리를 바꾸는 모습이 자주 나올 수 있다.
은퇴한 박지성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측면 공격수 혹은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다. 하지만 축구대표팀에 오면 과거 자신이 뛰던 측면 공격수 위치에서 벗어나 중앙에서 뛰는 일도 잦았다. 대표팀은 중앙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상황에 맞는 유연한 플레이를 펼쳤다.
조금씩 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어느덧 베테랑 반열에 올랐다. 이 때문에 이청용이 중앙에서 후배들을 이끌며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한편 대표팀은 오는 27일 아시안컵이 열리는 호주 시드니로 출국한다. 23명 중 소속팀 경기 일정이 있는 이청용과 기성용을 제외한 21명이 함께 떠난다.
이청용은 오는 28일 허더즈필드 타운과의 경기까지 마치고 곧장 호주로 합류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1월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10일 오만과 대회 첫 경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