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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우승 못지않게 미래 '꿈' 준비 과정 중요
입력 : 2015-01-12 오후 4:05:09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아시안컵 우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감이 대표팀의 우승 실패로 끝날 경우 슈틸리케 감독 선임 목적을 망각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축구 지도자는 "브라질 월드컵 직후 대표팀이 여러 풍파를 겪었다. 그러다가 이제야 하나의 팀으로 가꿔나가면서 올라가고 있는 단계"라며 "2018 러시아월드컵을 대비해 슈틸리케 감독을 뽑은 만큼 아직은 느슨하게 지켜봐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장의 결과(아시안컵 우승)보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가는 과정에 방점을 찍으며 미래의 꿈을 준비하자는 주장이다. 
 
대표팀은 외부적으로 이란, 호주, 일본과 함께 2015 호주 아시안컵의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지난 브라질월 드컵 이후 새롭게 팀을 추스르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
 
파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현실이지만 외부 시선과 맞물려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기대감에 만족할만한 결과(우승)를 얻지 못하면 자칫 예전 같은 감독 낙마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과거 사례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표팀을 이끈 7명의 외국인 감독 중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2001~2002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기간과 관계없이 물러났다.
 
데트마르 크라머(독일·1991~1992년), 아나톨리 비쇼베츠(러시아·1994~1997년),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2003~2004년), 요하네스 본프레레(네덜란드·2004~2005년),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2005~2006년), 핌 베어벡(네덜란드·2006~2007년) 감독 등 6명은 아시안컵이나 월드컵을 대비해 4년 가까이 계획적으로 팀을 이끈 적이 없다.
 
코엘류 감독은 2003년 10월 오만에서 열린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약체인 베트남(0-1패)과 오만(1-3패)에 충격 패를 당했다. 이어 이듬해 3월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몰디브와 0-0으로 비기자 지휘봉을 내려놨다.
 
본프레레 감독은 2005년 8월 동아시아연맹(EAFF) 선수권에서 2무1패로 최하위에 그치면서 비판이 거세지자 2006 독일월드컵까지였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1승1무1패를 거두며 16강 진출이 무산되자 실패한 감독으로 평가받은 채 한국을 떠났다.
 
베어벡 감독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4위를 거둔 이후 2007 아시안컵에서도 3위에 그치자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여론의 비판에 못이겨 2007년 8월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모두 대략 1년3개월 정도 지휘봉을 잡다 고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11일(한국시간) 호주 캔버라에서 축구대표팀의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최근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 직후 한동안 방향성을 잃었다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구심점을 잡았다.
 
대표팀은 지난 6월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을 갖고 귀국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홍명보 전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일부 팬들은 엿을 던지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전 감독 유임 결정 이후 홍 감독 스스로 사퇴하기까지 대표팀을 비롯한 한국 축구는 큰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수차례의 논의와 접촉 끝에 지난 9월5일 슈틸리케 감독을 데려왔다. 앞서 네덜란드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포함해 몇몇 외국인 감독이 새 대표팀 수장으로 거론되던 가운데 어렵사리 어려 조건을 맞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윤수 평론가는 "홍명보호에 대한 실망감의 반대급부로 슈틸리케호를 향한 심리적 기대감이 클 수는 있다. 그렇지만 감성적으로 봤을 때 월드컵 8회 연속 출전의 한국 축구대표팀의 커리어라면 누구나 우승을 기대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어느 평가전을 하더라도 지금 아시안컵과 같이 상대 팀과 대표팀 모두 최상의 전력으로 맞붙긴 힘들다. 소속팀 일정 등으로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의 소집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비록 이동국(전북현대)과 김신욱(울산현대)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번 대회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최고의 평가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을 두고 "이제는 대표팀도 월드컵을 대비해 4년간 준비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오만과의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조영철. (사진=대한축구협회)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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