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천국' 인도에 변화 바람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이 경차에서 상위 트림의 소형 차종과 SUV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각 사별 대응이 한창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현지에서 68%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던 경차 판매가 지난해 55%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44%였던 시장 내 소형차 비중도 31%까지 하락했다. 선호 차급의 분명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인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변화되는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저렴한 차량이 아닌 기본적인 편의 사양은 확보된 가성비가 우수한 차량을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SUV와 대형세단 및 미니밴의 판매 비중이 지난 2011년 32%에서 지난해 46%까지 치솟은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난 1998년 35만대에 불과했던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2년 266만대 규모로 급성장했다. 2013년 경기불황에 침체를 겪으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최근 방한한 모디 총리의 제조업 부흥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250만대 선을 다시 회복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6위권 시장이다.
국민의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역시 성장세다. 지난달 29일 인도 중앙통계국에 따르면 올 1분기 인도의 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7.5%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6.6%와 전문가 전망치 7.3%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12억 인구를 보유한 방대한 신흥 시장의 수요가 움직임에 따라 현지에서 활동 중인 주요 제조사들의 대응도 분주해졌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기존까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볼륨 차종에 추가 트림을 운영하거나 신차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인도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올 1월~4월 기준)을 기록 중인 제조사는 스즈키 마루티(45.4%)와
현대차(005380)(16.4%), 마힌드라(7.9%), 혼다(7.7%), 타다(5.8%), 토요타(5.5%) 등이다.
스즈키 마루티와 닛산은 현지 인기 차종인 '알토 K-10'과 '마이크라'에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트림을 추가했고 타타 볼트와 닷선은 콤팩트급 세단 '카이트'와 '레디고'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마힌드라의 SUV 모델 'S101'과 미니밴 '자일로' 역시 현지 출시를 대기 중이다.
현대차(005380)도 지난 3월 인도 시장 대표 모델인 'i20'에 고급 소형차에 해당하는 옵션을 추가한 크로스오버 모델 'i20 액티브'를 출시했다. 이어 이르면 다음 달 현지 맞춤형 소형 SUV 역시 출시할 계획이다.
정은정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향후 인도 시장에서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지 않으려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상품성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며 "단순한 저가 경쟁보다는 상품성 제고를 통한 가성비 향상과 브랜드 이미지 구축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i20 액티브(사진=현대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