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도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시장 부진은 계속됐다. 내수 판매가 겨우 성장세를 되찾은 반면 해외 판매는 올해 들어 3월을 제외한 모든 달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국내 업체 5개사의 5월 판매 실적은 내수 12만1497대, 해외 59만3361대 등 총 71만688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내수는 0.2% 증가했고 해외 판매는 5.0% 감소한 수치다. 전체 판매량도 4.2% 감소하며 뒷걸음질쳤다.
완성차 업계의 해외시장 부진은 연초부터 지속 중이다. 유로화 약세를 비롯한 신흥시장 경기 침체, 경쟁 심화 등 잇따른 악재에 거듭 발목을 잡히고 있다. 해외 판매는 지난 1월 60만5112대로 4.8%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는 54만3034대에 그치면서 7.0% 급락했다.
3월에는 67만4781대로 0.9%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4월에 또다시 1.3% 감소한 66만3904대에 머물렀다.
◇국내 완성차 해외판매가 올해 들어 3월을 제외한 모든달 수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차체 조립 라인 전경(사진=쌍용차)
현대·기아차와 쌍용차가 좀처럼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량이 증가한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의 경우도 순수 자사 브랜드가 아닌 닛산과 오펠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한 차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차는 해외에서 총 33만4309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공장 수출은 9만3277대, 해외공장 판매는 24만1032대로 각각 5.9%, 6.2% 줄어들었다.
기아차도 해외 판매량이 20만2044대로 7.0% 줄어들었다. 국내생산 물량이 7.9% 줄고 해외공장 생산 물량 역시 6.2% 감소한 탓에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해외 악재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쌍용차는 4229대를 선적하며 37.9%의 감소폭을 보였다. 쌍용차 측은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로 내수 판매에 주력하면서 해외 판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각각 5.2%, 101.1%의 수출 증가를 보였지만 수치만큼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한국지엠의 지난달 전체 수출량 4만2474대 중 경승용차가 1만4381대로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그중에 오펠의 '칼' OEM 생산 물량이 30% 이상이다. 경승용차 수출이 38.4% 증가했지만 해당 차급을 제외한 차종은 6.3% 감소했다.
르노삼성 역시 수출량 1만2332대의 80%인 9900대를 닛산 로그 물량으로 채웠다. 이를 제외한 SM5, QM5, SM3의 수출량은 오히려 대폭 감소했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수출물량의 약 80%는 닛산 로그가 차지했다.(사진=닛산코리아)
이 같은 해외 판매 부진은 전체 실적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를 제외한 4곳의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의 2~6배에 달하는 탓이다. 게다가 최근 RV차량이 내수판매를 견인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통 세단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공세에 밀리며 전반적인 내수판매 성적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 내수판매는 올해들어 매달 5% 미만의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체 판매 역시 3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제조업 수출액이 10.9% 줄어들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등 부진한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업황이 회복되기 전에는 수익성 방어가 최선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