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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생명·안전 보다 돈이 우선인 사회
입력 : 2015-06-18 오전 6:00:00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회적 분위기는 국가적 재앙 수준이다. 하지만 메르스로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은 재앙 그 이상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구를 위한 정보차단인지 알 수 없으나 국민들의 알권리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메르스의 진원지는 평택에서 서울로 또 전국으로 옮겨가는 양상이고 4차 감염자와 역학조사가 어려운 감염자까지 나타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뭐니뭐니해도 1호 환자에 대한 부실한 초기 대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는 발생 초기 대응이 거의 성패를 가른다. 그럼에도 1호 환자에 대해서는 아직 중동에 다녀왔다는 정보 외에는 알려진 게 없다. “메르스가 중동의 풍토병이기 때문에 중동에 있으면서 감염됐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었다. 어처구니 없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해 어쩌면 이리도 안일하게 대처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대응이라고 말하기도 낯 뜨거운 수준이다.
 
대형병원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다. 삼성서울병원은 슈퍼 전파자가 발생해 감염을 확산 시키는 제2차 진원지가 됐음에도 병원폐쇄 조치는 보름이나 지난 15일에 이뤄졌다. 그것도 비판 여론에 떠밀려서. 삼성서울병원은 일일 평균 외래환자수가 8000명에 육박하고, 지난해 매출액은 1조879억원에 달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병원폐쇄를 할 경우 수 백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익 감소를 걱정해 해야 할 조치를 안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505억원의 예비비 지출안이 의결되기 전날 부분폐쇄 결정을 내려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씁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메르스 여파로 경제가 침체될 것을 우려해 한국은행은 보름도 안 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금리인하 효과는 6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봐야한다던 그간 한은 총재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3월 금리 인하 후 3개월 만에 이뤄진 정말 발빠른 조치였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나 정부가 여전히 '생명·안전보다 돈(경제)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새삼 자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젊은 생명들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 의식, 사회 안전망 등 도대체 뭐가 바뀌었고, 뭐가 나아졌단 말인가.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이 돈에 밀리는 대한민국. 과연 국민들이 메르스와 이런 정부 중 무엇을 더 무서워할지 진지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고재인 경제부장
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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