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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에어쿠션의 두 얼굴'
국내 업체에게는 '소송'…해외 기업에는 '기술제공'
입력 : 2015-06-25 오후 7:14:04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인기몰이 중인 '쿠션 파운데이션' 기술을 두고 상대 업체에 따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엔 법적 조치 등 강하게 대응하면서 해외 업체에는 기술을 제공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내 경쟁사 LG생활건강과는 4년째 특허권 침해와 관련한 소송전을 주고받고 있으며,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미샤에게는 소송 대신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 경고장을 보내 겁을 줬다. 반면 랑콤, 디올 등 해외 명품 브랜드에게는 소송을 자제하거나 오히려 자신의 특허기술을 제공하며 문을 활짝 열어줬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초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 '미라클 쿠션'을 출시한 로레알의 화장품 브랜드 랑콤에 대한 특허권 침해 소송을 포기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랑콤이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의 일부 특허기술을 회피해 만든 탓에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 가능성이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에어쿠션 관련 소송일지.
 
LG생활건강과 치열한 특허 소송 공방전을 이어가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는 이미 LG생활건강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쿠션 형태의 제품에 대한 특허가 취소된 상태라 다른 소송에서도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2년 11월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을 상대로 낸 특허 무효 심판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 선블록' 관련 특허 자체를 무효로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특허법원과 대법원에 항소했지만 지난해 1월 최종 패소했다.
 
특허가 취소됐으니 해외 브랜드에서 유사한 미투제품을 만들어도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이 낮아졌다.
 
게다가 아모레퍼시픽이 유럽에서 특허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기술과 관련해 현재 한국,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에 114건의 특허를 출원했지만 등록은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13건을 완료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7일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과 쿠션 기술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화장품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아 유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의 요청에 따라 기술을 전수하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LG생활건강 등 국내 경쟁사에는 특허 소송전을 벌이면서 강경하게 대응했다가 잇따라 패소하자 해외 업체에는 오히려 빗장을 풀고 기술을 직접 제공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랑콤, 미샤 등 대부분의 쿠션 제품은 코스맥스의 계열사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ODM을 통해 충분히 쿠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디올이 굳이 아모레퍼시픽에 기술이전을 요청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시장에서는 일개 신생업체에 불과한 아모레퍼시픽이 디올과 승산없는 소송전을 벌이며 시간만 끄느니 '기술이전'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편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에이블씨엔씨의 중저가 브랜드숍 '미샤'와 '어퓨'가 최근 출시한 쿠션형 파운데이션 제품에 대한 특허권 침해 소송을 강행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ODM 업체인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에 지난 3월 말 경고장을 발송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브랜드의 쿠션이 시장에 나와있는 상황에서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인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는 소송으로 인해 이슈가 된다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선보인 쿠션 파운데이션은 바르지 않고 피부에 도장처럼 간편하게 찍는 방식의 파운데이션으로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에어쿠션은 여성들의 화장법을 바꾼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깊은 애착을 갖고있는 이 제품은 '6초마다 1개씩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판매고를 보이며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총 2600만개, 9000억원어치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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