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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저출산 대책 실효성 논란
병원비 내줘 출산율 올리고 인턴 뽑아 결혼 장려
입력 : 2015-10-19 오후 3:47:40
2012년 첫 아이를 낳고 최근 재취업한 맞벌이 주부 이모 씨(31·여)는 지난 18일 뉴스에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소식을 보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씨는 “사실 둘째를 갖고 싶어도 재취업이 어려워 엄두가 안 난다. 엄마의 경우 야근을 시키기도 어렵고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채용을 꺼린다”며 “그런데 만약 내가 일을 구하지 못 하면 아빠 혼자서 생활비에 아이 둘 양육비를 어떻게 벌겠냐. 이런 상황에 병원비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시안’을 접한 청년들의 목소리에는 기대보다 실망감이 가득했다. 저출산 대책에서 정부는 임신·출산의료비의 본인부담금을 해소하고, 난임 및 임산부 당뇨, 자궁경부암 예방·치료를 지원하고, 신혼부부 주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혼·동거가구 등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육아휴직 개시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아빠의 달 인센티브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의 당사자들은 출산·육아 중 가계소득 감소가 출산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는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원인 중 하나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비정규직 문제를 들었다. 결국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결혼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대책에 있어서도 정부는 능력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세대 간 상생고용제도 도입(임금피크제와 청년 신규채용 연계), 청년인턴지원 확대, 규제완화, 의료산업화, 관광활성화,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파견 확대) 등 기존의 노동개혁,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들을 내놨다.
 
이 같은 진단과 대책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포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 씨는 “청년고용과 주거비 경감은 물론 필요한 정책이지만, 고용의 경우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일 수밖에 없다”며 “노동개혁을 핑계로 기업에 정규직들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대출 많이 해줄 테니 빚내서 집 사고 애 낳으라고 하면 누가 정부를 믿겠냐”고 지적했다.
 
이밖에 단체미팅 주선 등 일부 대책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에서도 실소가 나오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가 처녀 총각의 단체미팅을 주선하거나, 작은 결혼식 홍보를 강화한다는 대책은 ‘개그콘서트’아닌가”라며 “제대로 된 일자리야말로 저출산·고령사회를 탈피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짝퉁하지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 공청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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