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자동차 인포테인먼트가 단순히 차량 내에서 음악과 라디오 감상만 제공하던 것은 이미 한참 옛날이 됐다. 외부 기기와 연결되는 통합 차량용 시스템은 물론 오락성을 겸비한 정보 제공까지 그 범위는 나날이 확장되는 추세다.
시장 역시 이같은 변화와 맞물려 구현 방식 및 기능 다양화를 위한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치열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경쟁 속에 독창적이고 편리한 기능은 물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으로 판매 개선을 하려는 움직임은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완성차업체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전략' 보고서를 통해 급속도로 개념이 변화 중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각 사별 전략 및 시장 추이에 대해 분석했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기능 뿐만 아니라 독창성이 중요해지는 상황인만큼 혁신에 브랜드 고유의 색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란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자동차의 경우 차량을 통해 이뤄지는 정보 전달에 오락성이 가미된 시스템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음악과 라디오 감상을 가능하게 하는 음향기기를 지칭했지만, 전자·통신기술을 발달로 내비게이션과 DMB 기기 등 다양한 기기 및 시스템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차량 정보와 정기 점검 안내, 운전자 음성인식, 도난방지 기능까지 그 영역이 확장됐다.
보고서는 크게 세가지 관점의 시장 변화에 주목했다. 먼저 독일과 미국 등 자동차 강국이 주도했던 개발 주체가 혁신 기업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로 이동한 점이 꼽힌다.
기존 일부 고급 브랜드에서만 선보였던 첨단사양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트렌드를 알려주는 척도로 작용하면서 최근 테슬라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이 자동차 업계 첨단 사양을 장악하고 나선 것.
각 브랜드 고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보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 연동 가능 여부가 중요한 점 역시 이를 방증하는 요소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고도의 IT 기술과 차량 시스템 접목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기능 구현 방식에 대한 변화 역시 큰 틀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차량 자체의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외부기기와의 연결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피처폰 시절 제한된 기능만 지원했던 연결성이 스마트폰 발달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은 운전자와 차량을 연결하는 종합 정보 시스템의 일부처럼 작동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또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는 재미가 더해진 정보를 넘어 운전자의 안전과 주행성능을 보조하는데 이르렀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주행정보 시스템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 진단,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 컨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지능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완성차를 비롯해 주요 IT 기업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자율 주행 시스템 역시 같은 맥락이다.
IHS에 따르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판매량은 올해 약 8000만개에서 2022년 1억개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2018년까지는 연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2.7%에 비해 높은 성장률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며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장인만큼 각 사 맞춤형 전략 역시 눈에 띈다.
BMW와 벤츠, 포르쉐 등으로 대표되는 럭서리 브랜드는 '업계 선두' 또는 '세계 최초'의 이미지를 앞세워 고가의 혁신적인 시스템을 탑재하는 데 주력 중이다. 고가의 차종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자사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선제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토요타, 현대차 등 풀레인지(Full-Range) 브랜드들은 럭셔리 브랜드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고가차 고급기능, 저가차 가성비'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양한 차종과 가격대를 갖춘 장점을 살려 소비자가 입맛에 맞는 차를 고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저가차에 주력하는 밸류(Value) 브랜드의 경우 가격 대비 높은 성능 구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상위 기능 구현보다는 중급 수준의 기능을 구현하면서 그 이상의 원가 혁신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주력 중이다.
고재균 하만인터네셔널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세일즈 마케팅팀 부장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완성차업계 뿐만 아니라 IT업체들이 참여하는 등 복잡성이 증대하며 혁신을 거듭하는 중"이라며 "중요한 것은 외부 기기와의 연결성이 부각되고 완성차-IT업체 간 협업이 더욱 요구되는 가운데에서도 선도 업체들은 브랜드 아이덴티디를 설정, 판매성과를 견인하는 요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신형 스파크에 탑재된 애플 카플레이를 구현하는 모습. 사진/한국지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