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의 큰 손들이 국내 건설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지역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기술력과 신뢰도가 충분히 검증된 만큼 직접 인수해 현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로 매각 작업 중인 건설사들이 늘면서 중동의 자본가들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올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투자청의 쌍용건설 인수가 꼽힌다. 자구노력에 더해 모기업의 뒷받침이 더해지면서 쌍용건설은 1년 2개월 만에 법정관리 조기 졸업에 성공했다. 현재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는 물론 해외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두바이투자청은 아랍에미리트의 2대 국부펀드로 운용자산만 약 175조원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의 부통령이자 총리이며,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 이끌고 있다.
쌍용건설에 이어 이번에는 매각작업 중인
동부건설(005960)의 인수 후보자로 중동계 자본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동부건설 매각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적격 인수후보로 중동계 업체 등 4곳을 선정한 바 있다. 이번 주까지 예비실사를 마치고 오는 27일 본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동부건설은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27위로 일반건축·공공공사·플랜트가 약 70%를 차지하는 건축·토목이 주력인 회사다. 동부건설의 브랜드 가치(센트레빌)나 기술 수준은 국내 건설사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계 자본으로서는 관심이 갈만 한 대목이다. 중동 국가들은 석유화학플랜트를 비롯해 항만, 도로 등 인프라 수요는 높은 반면 자체 기술 인력이나 공사 기술력 등 건설업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대부분 프로젝트를 해외 건설사에 발주하고 있다. 때문에 기술력이 입증된 한국 건설사를 인수할 경우 한국은 물론 중동 내에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두바이투자청이 인수한 쌍용건설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수주도 증가하고 있다. 법정관리 당시에는 신용등급이 떨어져 해외수주에 제한이 있었지만 현재 두바이투자청이 전 세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2020년 두바이 엑스포 관련 물량의 상당 부분을 쌍용건설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이 담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해외 자본의 국내 건설사 인수 움직임이 무조건 환영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축적해 온 노하우와 기술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 관련 기술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에 속해 있지 않다"며 "최소한의 기술 유출 방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기술유출이 이뤄질 경우 실질적으로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산업부 장관을 심의를 거쳐 해외인수·합병 등에 대해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은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원자력 ▲정보통신 ▲우주 ▲생명공학 등 8개 분야로 한정돼 있다.
중동의 큰 손들이 국내 건설사 인수전에 잇달아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SK건설의 쿠웨이트 원유집하시설 및 가압장 시설개선 프로젝트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