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모집인)들이 노동시장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세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보험사들은 기본급 없는 전액 인센티브 형태로 설계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는 성과가 기준선에 미달할 때 계도기간을 둬 실적을 압박하거나 인센티브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설계사에게 불이익을 준다. 실제 A 손해보험사는 계약 상품별 점수를 정해놓고, 말일 기준으로 일정 점수를 초과했을 때에만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덜 지급된 수당은 고스란히 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한 보험설계사는 “대부분의 손보사에서 이런 식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결국 월급을 받으려면 친구나 가족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가 철회하고, 철회로 빠진 점수를 다음달 채워넣는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성과에 상관없이 매달 수십만원의 영업비용이 들어간다. 일부 억대 연봉자들을 제외하곤 일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어 “개인사업자라고는 하지만 회사로부터 출근을 지시받거나 실적을 압박받는 경우가 많다”며 “영업장소나 대상을 내가 선택한다는 것을 제외하곤 보통 직장인들과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고용·노동 사무를 총괄하는 정부부처마저 특수형태근로자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라도 보험사의 총무를 본다든가, ‘어디로 출근해서 누구를 만나라’는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있다면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회사는 설계사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보험사를 원청이라 본다면 설계사는 하청인데, 이 둘 사이의 계약이 부당하다면 그건 고용부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