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 비정규직 대책의 최대 쟁점인 사용기간 연장과 관련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그룹이 끝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노사정위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기간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그룹의 검토의견을 보고받았다. 이날 회의에서 전문가그룹은 합의안 대신 노동계, 경영계, 정부의 입장과 공익전문가들의 검토의견을 병기한 논의 결과를 특위에 보고했다. 특위는 보고대로 합의되지 않은 각계의 의견을 ‘참고서’ 형식으로 취합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그룹은 공익전문가들의 검토의견에서 사실상 정부 주장에 찬성표를 던졌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희망자에 한해 4년까지 늘리는 안에 대해 전문가그룹은 “현재 일자리에서 오래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명백할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용기간을 연장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는 의견을 냈다.
의견에는 사업장별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간 서면합의,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 및 미전환 불이익, 사용기간 연장 연령 제한에 대한 신중한 검토 등 단서가 달렸지만 “35~54세 근로자의 경우 당사자 의사에 따라 예외적으로 사용기간 연장을 허용하고, 다만 보호 강화를 위한 다양한 보완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경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정 간 이견이 적었던 ▲3개월 이상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 ▲쪼개기 계약(단기계약 반복갱신) 제한 ▲생명·안전 핵심 분야 비정규직 사용 제한과 관련해서는 노동계의 입장이 대부분 반영됐다. 그러나 최대 쟁점이자 노동계의 ‘수용 불가’ 사안이던 사용기간 연장이 정부 편으로 기울면서 향후 입법을 둘러싼 진통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지난 9일 보고된 차별시정, 파견(도급) 쟁점에 이어 이날 기간제 쟁점도 미합의 상태로 논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추가 논의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파견 허용업종 확대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둘러싸고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특위 논의 결과에 인용된 특정 이해관계자의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반발도 골칫거리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 “21차례 회의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 규모가 감축 될 수 있도록 한다’는 9·15 노사정 기본 합의정신을 훼손한 채 정부와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규모 확대를 위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업종 확대 등 노사정위에서 합의되지 않은 비정규직 관련 새누리당의 법안 저지를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정당과 노동·시민단체와 함께 강력한 입법 대응활동을 적극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송위섭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